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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틀 잡히는 밸류업, 배당확대 기대 보험사는

국민연금 프로그램 동참 예고…지분율 5% 이상 보험사 7곳

강용규 기자  2024-03-21 07:47:25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점차 기틀을 갖춰가고 있다. 정부가 세제부담 완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내용을 구체화해가는 가운데 연기금도 프로그램 취지에 호응하고 나섰다. 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이끌어낼 당근과 채찍이 준비된 셈이다.

앞서 상장 보험사들은 하나같이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을 지켜본 뒤 배당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지난해 결산배당에 크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들 중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보험사들은 전향적인 정책 수립에 나설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프로그램 도입 속도 내는 정부, 호응하는 국민연금

20일 정부에 따르면 당초 6월로 예정됐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가이드라인 확정 시점을 5월 초로 앞당길 예정이다. 이달 초 전문가들로 자문단을 구성해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며 4월 중 세미나를 통해 각계와 소통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최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기업에 법인세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는 인센티브의 방향성을 공개했다. 투자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배당소득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내놓은 '당근'에 연기금의 감시라는 '채찍'이 더해져 프로그램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에 적극 찬성한다며 사실상의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의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대상회사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명분도 마련됐다.

이에 주주환원 강화에 유보적이었던 보험사들의 전향적 주주환원책 수립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앞서 상장 보험사들은 대부분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재무건전성 관리를 우선한다는 관점에서 2023년 결산배당의 배당성향을 하나같이 보수적으로 책정했다.

보험주를 포함한 금융주들은 전통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보험주의 경우 은행(지주)주나 증권주와 달리 보수적인 배당으로 인해 2월 말부터는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상장 보험사들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내용을 지켜본 뒤 새 주주환원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언급했다.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의 주요 주주에 올라 있는 보험사들의 경우 세제부담 완화 효과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투자 축소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더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국민연금 주요주주 보험사 7곳 중 5곳 '일반투자'

이날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 보험사는 △현대해상(9.6%) △DB손보(9.27%) △코리안리(8.69%) △삼성화재(7.5%) △한화생명(6.34%) △삼성생명(6.17%) △한화손보(5.01%) 등 7곳이다.

이 중 한화손보는 K-ICS제도(신 지급여력제도) 도입 경과조치를 적용 중이다. 이에 따라 직전 5개년 배당성향 평균의 절반과 손보업계 5개년 배당성향 평균의 절반 중 더 큰 값을 넘도록 배당성향을 책정할 수 없다. 한화손보에 해당되는 기준은 손보업계 평균의 절반인 17.3%다. 기준 이상의 배당을 실시하면 경과조치 잔여 기간이 줄어드는 페널티가 부과된다.

한화손보를 제외한 나머지 6곳은 공격적인 배당정책 수립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올해 들어 한화생명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는 등 주주권 행사를 통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호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코리안리 등 보험사들 주식은 이미 일반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이며 단순투자 목적으로 투자 중인 현대해상과 DB손보 주식 역시 언제든지 투자목적을 변경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화손보 역시 배당성향을 기준보다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경과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다. 한화손보는 2023년 3분기 말 기준 킥스비율이 경과조치 적용 전에도 190.4%로 집계돼 당국 권고 기준인 150%를 한껏 웃돌았다. 국민연금의 한화손보 주식 보유목적 역시 일반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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