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지주가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조원에 가까운 수요를 모으며 흥행했다. 최종 금리는 언더발행으로 이뤄졌다. 올 4월 만기도래 채권의 발행금리가 최대 5.8%였음을 고려하면 100bp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게 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1분기에만 두 차례 부채자본시장(DCM)을 찾았다. 앞서 2월 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신종자본증권)에 도전해 자본적정성 제고를 꾀했다. 이는 차환 발행이 아닌 순발행으로 자본금 확충을 위한 조달에 해당했다.
이동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성 조달에 힘을 싣고 있다. 적기 발행을 우선시하면서 금리 안정화 시점을 지켜봤다. 연초와 비교해 개별민평금리 수준이 저점인 지금 공모채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1조 육박 수요…트랜치별 두 자릿수 언더 발행 '거뜬'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가 전일(18일) 2000억원을 모집하기 위한 공모채 수요예측을 치렀다. 트랜치(만기구조)는 2년물(1500억원)과 3년물(500억원)로 나눴다.
수요예측 결과 총 969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과 3년물에 각각 5000억원, 469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모집액 대비 5~10배 수준의 수요가 모인 셈이다. 그 결과 금리 역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당초 개별 민평금리 대비 '-50~+10bp'의 금리밴드를 제시했는데 모두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2년물은 -32bp, 3년물은 -45bp에서 모집물량을 모두 채웠다. KIS자산평가 집계치상 18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개별민평금리는 4.4~4.6% 수준이다. 이 금리가 발행일까지 유지될 경우 가산금리를 고려한 발행 금리는 4.1%대일 것으로 보인다.
모집액을 웃도는 수요를 모은 만큼 증액 발행 기대감도 커졌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대 2500억원 한도로 증액 발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사회 결의를 거쳐 증액 발행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AA등급을 보유한 이슈어 중 비교적 개별민평금리가 높았던 만큼 메리트가 있었다"며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문 참여로 언더발행에 성공해 최적의 조건으로 발행을 마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2월 신종자본증권 2000억 '순발행'…만기채 대응 위해 '복귀'
메리츠금융지주의 부채자본시장 조달은 지난 2월 이후 불과 1개월 만이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택했다. 차환 수요가 아닌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해 신규 발행한 건에 해당한다.
당시 프라이싱에서 1500억원을 모집해 181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던 만큼 결과가 이번 공모채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럼에도 메리츠금융지주는 추가 청약을 통해 최대한도인 2000억원의 발행에 성공했다. 금리의 경우 밴드 상단인 5.8%로 확정했다. 공모채와 신종자본증권 투자자 특성이 다른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 적정성 제고를 위한 신종자본증권과 별개로 채무상환용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컸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은 전액 만기 도래 채권 상환 용도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2021년과 2022년 발행한 무보증사채 총 2500억원의 만기가 올 4월 도래한다.
눈에 띄는 점은 금리 절감 부분이다. 2022년 발행한 무보증사채 금리가 5.8%로 높았는데, 이번에 4%대 초반의 발행이 이뤄지면 100bp 이상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사실상 저금리로 채무상환 자금을 미리 마련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낸 것과 같다.
이동진 CFO가 연이은 시장성 조달을 택한 셈이다. 올 들어 보다 적극적으로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적기 발행에 초점을 맞춰 발행에 나섰다. 특히 연초와 비교해 개별민평금리 수준이 안정세를 찾은 점 역시 고려 요인이었다.
1월 당시만 하더라도 2년물과 3년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개별민평금리는 약 4.5~4.6%대로 집계됐다. 현 시점과 비교해 10bp가량 차이가 났던 셈이다. 이에 금리 안정세를 지켜보다 조달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주관사단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주효했다. 이번 발행을 앞두고 메리츠금융지주는 총 4곳의 주관사단을 꾸렸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공동대표주관을 맡았다. 이들 증권사는 발행을 앞두고 IR 활동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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