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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최근 주식시장에서 금융사 '스타주'를 꼽으라면 단연 메리츠금융지주일 것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28일부터 3거래일 연속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장중 5만4900원까지 치솟았는데요. 1년과 비교해 종가 기준으로 약 83% 뛰었습니다.
금융권에서 찾아보기 드문 사례입니다. 금융은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데요. 은행과 보험 할 것 없이 대부분 큰 흐름을 유지하며 소폭의 등락만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그만큼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큰 재미를 볼 수 없는 업종이기도 하죠.
하지만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는 지난 11월 21일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이날 종가 기준 2만6750원이던 주가는 그 다음날 3만4750원으로 하루만에 29.91% 상승했죠. 그렇다면 이날 메리츠금융지주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요?
◇Industry & Event 2022년 11월 21일은 메리츠금융지주의 기업설명회(IR) 날이었습니다. 이날 IR 개최 목적은 자회사인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두 회사를 완전 자회사화 시키겠다는 것이죠.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이전부터 지배구조 간결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알려지는데요. 메리츠금융그룹 안에만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포함한 총 3개의 상장사가 있어 자본 재배치와 계열사 간 의사소통에 시차 문제 따랐기 때문입니다.
김 부회장은 실제로 이날 IR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혔는데요. 그는 "지주 경영을 맡아오면서 그동안 자본의 비효율 문제를 절감했다"며 "메리츠화재에서 창출한 이익을 메리츠증권을 통해 투자하려 할 때 지주, 화재, 증권 3사가 모두 상장사이다보니 3월 주총, 배당금 확정, 메리츠증권의 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까지 길게는 6개월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동안 좋은 투자기회가 소실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회장의 설명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가령 화재에서 증권으로 자본이 이동한다고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화재 주주의 입장에서 증권으로 자본이 이동하게 되면 자본 감소와 자본 적정성 축소 등이 발생합니다. 증권 주주도 입장이 곤란해지긴 마찬가지인데요.
증권 주주 입장에선 유상증자를 진행하면 보유 지분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 하나를 내리더라도 각 사의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만큼,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즉 기존의 지배구조가 자본 이동에 있어 비효율적 구조였단 이야기죠.
그래서일까요? 시장에선 메리츠금융지주의 발표를 주가의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배구조는 숫자로는 명확히 표현할 수 없어도 중장기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보다 명료해진 지배구조가 시장상황에 유동적으로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지요.
주주환원책 강화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이날 메리츠금융지주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 목적의 자기주식 2000억원 취득, 중기주주환원율 50%(연결 순이익 기준)도 발표했는데요. 투자자 입장에선 강화된 주주환원책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물론 두 회사의 실적이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었을지 모릅니다. 메리츠지주사의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2016년 이후부터 보장성 신계약 시장에서 지위를 공고히 구축한 데 이어, 2023년부터는 이익 체력이 새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으로 재무적 역량이 극대화되면서 생명과 손해보험 통합 3위권으로 성장했습니다. 증권의 경우 올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역성장이 예상되기는 하는데요.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을 2018년 5323억원이던 영업이익을 2022년 1조925억원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두었죠.
◇Market View 증권가의 반응은 어떨까요? 증권가는 메리츠금융지주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추가로 상승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최근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증권 등은 메리츠금융지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입'으로 유지했습니다.
목표주가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14일 메리츠금융지주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뒤 리포트를 낸 증권사 3곳 중 2곳은 목표주가를 높였는데요. 가장 많이 목표 주가를 높인 곳은 삼성증권으로 앞서 제시했던 5만2000원을 최근 6만원으로 조정했습니다. 신한은 목표주가를 6만3000원으로 유지했습니다.
정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금융지주의 2분기 연결지배순이익은 5888억원을 기록하며 추정치 4429억원을 33% 상회한다"며 "증권의 경우 기업금융(IB) 손익이, 화재는 투자부문 손익이 기대치를 상회하며 호실적 시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분기 실적 추정치를 상회를 반영하여, 목표가 또한 600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메리츠금융지주를 '부동산 문제도 없고 주주환원 재원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국내외 부동산 투자 관련 우려는 제한적"이라며 "하반기 중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자본금의 150%를 초과하는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할 경우 주주환원 재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며 매수 유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어찌됐든 메리츠금융지주가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 상황을 총괄했던 핵심 인물엔 메리츠금융지주 대표이사인 김용범 부회장
(사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부 회장 이후 메리츠금융지주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증권에서 몸을 담다 메리츠증권의 재무총괄책임(CFO)으로 부임하며 메리츠금융그룹과 인연을 맺은 김 부회장은 이후 메리츠증권과 지주 사장을 거친 뒤 메리츠화재 대표이사로 부임했는데요. 2017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현재는 지주 부회장(대표이사)직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주가 부양 계획에 대해 물어보고자 김 부회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보았는데요. 주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부담스러운 듯 '회의 중'이란 말로 조심스러운 자세를 대변했습니다.
다만 김 부회장은 행동으로 주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자사주를 매입하며 책임경영을 보인 것입니다. 올 상반기 김 부회장의 보유 주식수는 보통주 기준으로 32만주로 1년새 26만주가 늘었습니다.
IR 담당 임원인 김상훈 상무를 통해 향후 메리츠금융지주 주가에 대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그는 "내부에서 주가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은 주가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도 "현재 우리 회사는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투자자와의 소통도 앞으로 조금씩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상무는 신한투자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로 크레딧 분야에서 독보적 입지를 쌓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IR팀은 메리츠금융지주는 통합 메리츠를 출범한 이후 신설된 곳으로, 이전에는 메리츠금융지주에 IR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