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사회가 그룹 내 독립성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설립 초창기 우리은행 이사회는 지주 이사회와 사외이사 절반 이상이 겹쳤다. 이젠 겸직 사외이사 숫자가 줄어들었고 신규 이사를 각자 선임하는 기조가 자리 잡았다.
지주와 은행 이사회 분리 기조를 강화하는 건 금융 당국이 은행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 이사회가 자회사 이사회의 독립된 지배구조를 존중해야 한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여성 이사 구인난에도 분리 선임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이사회는 최윤정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했다. 최 후보자는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 후보자가 선임되면 여성 사외이사가 새롭게 추가된다.
최 후보자는 지주 이사회와 별개로 선임되는 사외이사이기도 하다. 우리금융지주는 이은주·박선영 후보자를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 상태다. 이 후보와 박 후보도 여성이다. 여성 사외이사 후보풀을 확보하는 게 녹록지 않은 금융권 환경에도 불구 은행과 지주가 각기 신규 후보를 추천한 것이다.
2019년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을 당시 지주와 은행은 사외이사가 절반 이상 겹쳤다. 당시 노성태·박상용·정찬형 사외이사가 지주 사외이사와 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 숫자가 각각 5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60% 겸직 이사로 구성된 셈이다.
이와 같은 구조는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주와 은행 이사회를 분리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2024년 기준으로는 지주·은행 겸직 사외이사가 2명으로 줄어들었다. 지주 사외이사 숫자가 7명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직 사외이사 비중도 축소된다. 각사가 신규 사외이사를 따로 선임한 만큼 앞으로 겸직 비중을 낮추는 기조는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금융그룹처럼 겸직 사외이사를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이사회 권한과 책임 명확해야 우리은행은 금융 당국의 의중을 감안해 지배구조에 변화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사외이사 성별 다양성 확보는 물론 은행 이사회 독립성 강화도 금융 당국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통해 은행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를 요구했다. 은행장 선임과 관련해 은행 이사회의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지주와 은행 이사진이 겹치면 사실상 지주 이사회 만의 의중으로 은행장을 선임하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사회는 지주 이사회에 협조하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외이사 구성원이 차별화되고 있는 만큼 경영은 물론 승계 과정에서도 역할을 명확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하는 승계 절차에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역할이 일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