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보험사 배당 돋보기

한화손보, 5년만에 재개한 배당의 명과 암

시장 기대 못 미친 규모 VS 점진적 주주환원 강화 시작점

강용규 기자  2024-03-05 14:08:09
한화손해보험이 작년 결산배당을 통해 5년만에 배당을 재개한다. 평가는 복합적이다.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시장의 주주환원 기대에 응답했다는 시선과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한 아쉬운 배당이라는 시선이 함께 나온다.

다만 한화손보는 지난해 들어서부터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보험사 이익 기반인 CSM을 착실하게 확보한 데다 재무건전성도 충분히 튼튼해진 만큼 앞으로의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기대치 하회한 배당성향·DPS

한화손보는 21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2023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원, 우선주 1주당 350원을 현금배당하는 안건을 승인받는다. 배당금 총액은 366억원, 보통주 기준 시가배당률은 3.8%다. 2018년 총액 152억원을 배당한 이후 5년만에 배당을 재개한 것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2128억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전년 대비 3%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이는 2023년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제도 'IFRS17'이 도입된 데 따른 착시다. 2022년 실적에도 IFRS17을 적용할 시 한화손보는 지난해 순이익이 13.6% 증가한 것이 된다.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보험사들의 주주환원을 향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았다. 한화손보도 이익 개선을 통해 배당여력을 확보한 만큼 시장의 기대에 응답하는 모습이다. 다만 시장의 평가가 마냥 따뜻하지만은 않다.

한화손보는 2015년 정기적인 배당을 개시한 이후 꾸준히 배당성향을 높였다. 지난해 이전 마지막 배당이었던 2018년에는 18.6%를 기록했다. 실적 개선과 밸류업 프로그램, 그간의 배당성향 상향 추세 등을 고려해 증권사 연구원들은 2023년 한화손보의 배당성향 20% 이상과 보통주 기준 주당 배당금(DPS) 250원의 컨센서스를 제시해 왔다.

반면 2023년의 잠정 순이익을 기반으로 산출한 한화손보의 2023년 결산배당은 배당성향이 17.2%에 머물렀다. DPS 역시 200원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5년만에 배당을 재개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으나 규모가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말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급여력 안정권, CSM 잔액도 증가

한화손보가 지난해 결산배당을 공격적으로 집행하기에는 불안요소가 존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초 한화손보가 지난 4년 동안 배당을 중단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재무건전성, 즉 지급여력의 불안정이다. RBC(구 지급여력제도) 비율이 2020년 200%를 넘어서기도 했으나 2022년에는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웃도는 153.3%를 기록했다.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과 함께 보험사 지급여력제도 역시 K-ICS(신 지급여력제도, 킥스)로 변경됐다. 당국은 지표 측정 기준의 변화를 점진적으로 반영하는 경과조치를 신청하는 보험사들에 허용했다.

대부분의 상장 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지급여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만큼 경과조치 적용을 신청하지 않았다. 반면 한화손보는 전년 지급여력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던 만큼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올해 실질 배당여력을 산출하는 것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화손보가 지난해 결산배당을 기점으로 점차 주주환원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내다본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 킥스비율이 180% 이상, 경과조치 적용 후 230%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으로도 안정권으로 평가되는 180% 선을 넘어선 만큼 향후 배당여력 산출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이익 기반도 탄탄하다. 보험사 기대 이익에 해당하는 CSM(보험계약마진)이 2022년 말 3조7278억원에서 2023년말 3조9269억원으로 5.3% 증가했다. 장기 보장성 인보험 중심의 신계약 확보에 집중한 성과라는 설명이다.

한화손보는 지난해 3월 열린 2022년도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중간배당의 실시 근거를 마련하는 정관 변경안건을 승인받기도 했다. 향후 점진적으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이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화손해보험 IR 프레젠테이션)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