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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새 회계기준 첫 해 배당…시장 기대 충족할까

DPS 3000→3700원 상향…배당성향 다시 35% 이상 진입 추산

강용규 기자  2024-02-05 15:10:24
지난해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은 이익 증가에 따른 투자자들의 주주환원 확대 기대와 회계 불확실성 대비의 사이에서 배당액을 책정해야 하는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새 회계기준 대비를 위해 개정한 배당정책을 준수하면서도 주당 배당금(DPS)을 늘리며 투자자들의 기대도 충족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은 2023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700원, 총액 6644억원을 현금배당하는 안건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을 예정이다. 전년 대비 DPS가 700원, 배당총액은 1257억원(23%) 증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연결기준 지배지분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88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늘어난 수치다. 결산배당 총액 6644억원은 연결 배당성향 기준 35%에 해당하는 규모로 연결기준 경상이익의 35~45%라는 삼성생명의 배당정책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삼성생명은 2020년부터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50%까지 상향하겠다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22년 결산배당을 앞두고 DPS의 안정적 상향을 추진하는 대신 배당성향 목표를 35~45%로 낮추는 새 정책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우선 2023년 보험업계에 새 회계기준이 도입됐다. 보험사들은 혹시 모를 회계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 유출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이유로 새 회계기준이 자리잡을 때까지 배당을 멈춘 보험사들도 일부 있다.

배당이라는 주주환원이 한 번 늘리면 다시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는 시선도 있다. 삼성생명이 배당성향 50% 목표의 정책을 수립했던 2020년은 코로나19로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며 보험사 실적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2019년 9774억원에서 2022년 1조5833억원으로 3년 만에 62% 증가했다. 이처럼 순이익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배당성향 상향 목표까지 배당 증액의 근거가 되는 만큼 삼성생명으로서는 재무건전성을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3년 결산배당에서는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충족해야 한다는 부담 요인도 존재했다. 삼성생명은 2021년 결산배당에서 DPS를 기존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배당성향도 35.5%에서 36.7%로 높아졌다. 그러나 2022년에는 순이익이 증가했음에도 DPS를 유지하면서 배당성향이 34%로 낮아졌다. 배당정책상 하한선이었던 35%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2023년 결산배당을 통해 투자자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PS가 2022년의 3000원에서 3700원으로 700원 높아지면서 35% 아래로 떨어졌던 배당성향이 다시 35% 기준선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가배당률 역시 4.1%에서 5.1%로 높아졌다. 배당액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고치다.

현재 삼성생명은 배당정책을 통해 목표 배당성향을 공유하는 유일한 보험사다. 다른 보험사들은 대부분 DPS의 상향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2023년 결산배당이 다른 보험사들의 결산배당액 책정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 덕에 보험사들의 순이익이 대체로 증가하기는 했지만 아직 보험사들의 회계적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당의 자본 유출효과를 명확하게 측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맏형' 삼성생명이 배당성향 35% 수준의 기준을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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