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최근 들어 실적 발표 방식에 눈에 띄는 변화를 줬다. 바로 연초마다 발표하던 연간 수주 가이던스를 올해는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배경에는 '수익성 위주 경영'이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저가 선박 대신 대형 컨테이너선, LNG·LPG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로 건조하는 사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회사가 수주의 양보다 질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아예 수주 예상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수주·매출 가이던스 비공개
한화오션은 해마다 수주 가이던스를 공개해왔다. 주주들의 수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지난해 초에는 2023년 수주 목표로 69억달러(약 9조2000억원)를 제시하면서 한 해를 시작했다.
변화는 올들어 생겼다. 올해 이 회사는 수주 목표치를 시장에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수주 전망치가 2014~2020년까지 6년 연속 틀리며 지적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아예 발표조차 하지 않기로 한 건 이례적이다.
이뿐만 아니다. 매해 수주 목표치와 함께 공개했던 매출 가이던스도 올해는 없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초 2023년 매출 가이던스로 9조4217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이때도 '장래사업·경영계획'을 통해 공시됐다.
수익성 위주 경영의 일환으로 보인다. 조선사가 건조할 수 있는 선종은 한정적이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은 작년부터 가격이 비싼 선박 수주에 집중해 이익이 많이 남고 선수금을 많이 받는 데 집중해 왔다. 올해도 수주 목표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아예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LNG 운반선 5척, 가스 운반선 5척 등 총 4조6000억원 수준의 선박을 수주한 바 있다. 지난해 초 밝힌 수주 목표치 69억달러의 2분의 1 수준이다. 매출은 7조4083억원으로 역시 목표치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는 "흑자 전환" 예상
물론 주목할 만한 가이던스가 나오기도 했다. 21일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 한화오션은 "전년 대비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연간 흑자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간 흑자는 한화오션이 최근 3년간 한 번도 이루지 못한 목표다. 업계는 지난 2019~2020년 사이 확보해 놓은 일감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본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적자 원가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도 수익성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연간 누적으로는 1965억원의 영업손실을 본 상황이다. 다만 3분기에는 영업이익 741억원을 거두며 흑자 전환하기도 했다. 올해가 한화오션으로 출범하는 2년차인 만큼 본격적인 수익성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과거 저가로 수주했던 선박들을 지난해 대부분 인도했다. 여기에 2021~2022년 신조선가 상승기에 수주한 선박들의 건조가 시작되는 터라 건조 단가가 높아 이윤을 잘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백창섭 상선영업팀장은 "대형선 위주로 수주하는 사업 전략은 올해도 굳건할 것으로 본다"며 "선별적 수주전략은 당분간 유지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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