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이 지난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배경에는 기존 강점인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과 더불어 신사업인 필러와 코스메틱 성장이 있다. 특히 영업이익 급증은 휴젤 입장에서는 의미가 크다.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수백억원의 소송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사업 '필러·코스메틱' 역대 최대 실적 견인 휴젤은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이 3197억원, 영업이익 117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대비 13.5%, 16.2%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60% 급증한 970억원을 달성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성장이 두드러졌다. 이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4%, 22.4% 늘어난 889억원, 3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 346억원 실적을 한분기 만에 다시 경신했다.
실적 성장에는 필러·코스메틱 사업의 성장이 밑거름이 됐다. 휴젤의 대표적 히알루론산(HA)필러 상품인 더채움의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1% 증가했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영업·마케팅 활동으로 국내에서 사상 첫 300억원 매출을 돌파했다.
또 아시아 태평양 및 유럽 등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해외 매출도 크게 증가한 덕을 봤다.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매출 증가세가 유지됐다면 관련 매출은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웰라쥬' 역시 매출이 28%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웰라쥬의 매출액은 188억원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을 감안하면 250억~2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필러와 코스메틱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커지고 있다. 2020년 32.13%였던 필러 더채움이 차지하는 전체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말 38.06%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웰라쥬의 매출 비중은 6.26%에서 8.17%로 커졌다.
반면 보톡스 브랜드인 보툴렉스의 매출 비중은 축소되고 있다. 2020년 51.90%였던 보툴렉스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51.91%로 큰 변화가 없었다. 이 기간 보툴렉스의 매출이 50% 이상 증가했음에도 필러와 코스메틱 사업의 성장속도가 가팔랐다는 뜻이다.
◇메디톡스와 ITC 소송 지속, 해외 판로 개척으로 비용 부담 가중 휴젤의 실적 성장은 메디톡스와의 소송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휴젤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휴젤이 제조공정을 포함해 보톡스 균주 출처가 명확하지 않고 메디톡스와 유사한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메디톡스가 ITC에 제조공정과 관련한 영업비밀 관련 쟁점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여전히 소송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휴젤이 승소하지 않더라도 양측의 주장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률비용은 또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휴젤이 ITC 소송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법률 비용은 300억~4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앞서 2020년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의 ITC 소송전 당시 지출했던 소송비용을 감안한 액수다.
당시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와의 ITC 소송전으로 9개월간 300억원의 소송비용을 지출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휴젤이 이번 소송으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휴젤 입장에선 지난해 영업이익 증가분 164억원으로 소송비용을 절반 가까이 충당할 수 있다.
당장 휴젤이 소송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휴젤의 자본잉여금은 3272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집중 공략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에스테틱 시장 판로 확대로 상당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 입장에서는 소송 비용 부담이 크다.
실제 글로벌 시작 판로 확대를 시작한 2022년 이후 휴젤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휴젤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4.2%로 전년 말 대비 7.2% 확대됐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매출채권이나 어음 등을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특히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와 설정율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회사 차원의 판단과 대응이 있을 때 움직인다. 다만 충당금 설정비율이 급상승하면 그만큼 회사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메디톡스와 ITC 소송전을 벌였던 대웅제약이 소송 비용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휴젤의 이번 실적은 소송 부담을 떨쳐낼 수 있을만한 성과를 낸 것"이라며 "다만 소송 결과 여부에 따라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당분간 실적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