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기점으로 낮아졌던 휴젤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올해 3분기 다시금 20%대로 올라섰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보툴렉스(중국 제품명 레티보)의 정식 수출 품목허가 획득 후 안정권에 들어왔던 부실채권 비율이 다시 상승했다는 뜻이다.
충당금 총액 증가는 2억원 수준인데 무엇보다 최근 휴젤을 둘러싼 해외 시장 특히 중국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핵심이다. 업계에선 휴젤이 주력하는 또 하나의 주력 자산인 히알루론산(HA)필러를 둘러싼 현지 과당경쟁의 유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한다.
◇설정률 2022년 말 16.5%→ 2023년 3Q 24%로… 불안정한 대외 환경 종합 반영 휴젤이 3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24%였다. 작년말 16.8%을 기록했던 것과 대비하면 7.2% 포인트 상승했다. 대손충당금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매출채권이나 어음 등을 재무제표상 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설정하는 계정이다.
다만 휴젤이 2020년 레티보의 중국 품목허가를 포함해 해외 시장 연착륙에 성공한 이후 대손충당금 설정비율이 급감했던 것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휴젤은 2021년 대손충당금 설정률 최고치(39.7%)를 기록한 이후 작년 이를 16% 수준까지 끌어내리며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3분기 휴젤이 설장한 대손충당금 총액은 109억원이다. 2022년 말과 대조할 때 비교할 때 실제로 늘어난 충당금 규모는 2억원이다. 매출채권 규모가 638억원에 451억원으로 30% 가량 줄어들 영향으로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규모와 설정율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을 대비한 회사 차원의 판단과 대응이 있을 때 움직인다. 회계적 비용 처리에 해당하는만큼 직접적인 현금 유출이 생기진 않는다. 다만 충당금 설정비율이 급상승하면 그만큼 회사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높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보툴리눔 톡신과 달리 급변하는 中 필러 시장에 영향 받았나 회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대손충당금의 경우 사업부문별 세목을 나누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회사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총액을 설정한다. 때문에 이 비율과 총액의 증가만으로 휴젤의 어떤 사업이 부침을 겪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러나 최근 휴젤이 진출한 중국 에스테틱 시장의 대격변을 토대로 제반 사정을 유추해볼 수 있다. 과거 휴젤이 보툴리눔톡신 레티보(2020년 품목허가)의 연착륙 당시 현지 경쟁 업체는 3곳에 불과했고 기술 격차 등을 고려했을 때 휴젤을 후발주자로 분류하긴 어려웠다.
그러나 휴젤이 2022년 론칭한 히알루론산(HA)필러 시장은 상황이 판이했다. 중국의 필러 시장은 휴젤에 앞서 약 20개 업체, 제형별로 살펴보면 30개 이상의 제품이 진출해 치열한 경쟁가도가 이어져 왔다.
휴젤 또한 보툴리눔 톡신과 달리 필러는 '후발주자' 지위를 인정하고 현지 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으로 열위를 극복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필러 시장을 둔 현지 업체들의 추가로 난립하면서 경쟁 강도가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신생 현지 업체들의 필러는 품질이 조악했지만 특유의 저가 공세가 가능했고 더불어 내수 제품을 80% 이상 써야하는 중국 공산당과 연계한 정책 등이 맞물리며 시장 상황이 급변했다"며 "현재로선 중국 파트너사이자 현지 톱3 제약사인 사환제약(Sihuan Pharmaceutical)의 역량을 믿는 것이 해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