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은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을 겪었다. 정부가 시장에서 저평가된 상장사들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기대감의 영향이다.
PBR 1배 미만인 기업임에도 주가가 오르지 못한 곳도 있다. 롯데케미칼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PBR은 0.34배 수준에 그친다.
◇다른 석화사들은 뭐가 다를까 롯데케미칼이 영위하는 석유화학 사업 자체가 침체했기 때문에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PBR 1배 미만 기업 중 석유화학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금호석유화학, 태광산업은 1월 29일부터 8일까지 각각 18.7%, 28.4% 상승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같은 기간 기록한 주가상승률은 1%에 불과하다.
두 회사와 롯데케미칼에 대한 시장 반응의 차이는 사업적인 이유보다는 '주주환원에 대한 여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보유 중인 자사주가 524만8834주에 달한다. 전체 주식 중 18.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방식의 주가부양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재무구조를 고려했을 때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금호석유화학의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1138억원이다. 총차입금 규모나 현금성자산보다 적은 8364억원이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순차입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진행 중인 대규모 투자도 없는 상황이다.
태광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미 지분 24.4%에 해당하는 27만1769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순차입금 규모가 마이너스 1조1553억원일 정도로 현금보유량이 많고 차입금이 적다.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지분 5.8%를 보유한 주요 주주라는 점도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주주환원 기대감 적은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의 경우 두 기업과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자사주 보유량은 60만8272주다. 지분율로 따지면 1.4%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고 해도 주당순이익(EPS)의 드라마틱한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주환원을 위한 추가적인 지출 여력도 크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4조6964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총차입금이 9조6398억원이다. 결국 순차입금 규모가 4조9434억원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가 견조한 편이기는 하나 점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2021년 48%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66.3%로 2년 사이 18.3%포인트(p) 올랐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15.5%에서 29.5%로 상승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내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올해 역시 연결 기준 3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의 추가적인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더해 롯데케미칼이 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롯데건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우려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신사업 투자를 통해 성장성 확보에 나선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수소의 경우 아직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되지 않았다. 올해 전기차 시장의 둔화로 이차전지 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