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올해 첫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현대건설은 1600억원 모집에 6800억원이 넘는 수요를 모으면서 증액발행까지 고려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발행에서 대표 주관사를 대형화한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이다.
다만 금리 수준에 있어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2년물은 언더 발행이 가능하지만 3년물과 5년물은 오버 발행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최근 건설업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투심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만족할만한 성과였다.
◇ 3·5년물은 오버 발행 불가피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회사채의 매입 수요를 조사했다. 모집액은 총 1600억원이며 2년물, 3년물, 5년물에 각각 800억원, 600억원, 200억원을 배정했다. 가산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30bp~+30bp로 제시했다.
이번 수요예측에는 2년물에 2800억원, 3년물에 2400억원, 5년물에 165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총 6850억원의 유효수요가 확인된 것이다. 각 트랜치별 경쟁률은 3.5대 1, 4대 1, 8.25대 1이었고 전체 경쟁률은 4.28대 1이었다.
조달금리의 경우 2년물과 3·5년물은 희비가 엇갈렸다. 2년물의 경우 개별민평 대비 마이너스(-) 5bp에서 모집물량을 채웠으나 3년물은 +3bp, 5년물은 +10bp에서 모집액을 채웠다. 지난 17일 기준 민간채권회사 4사 평균 평가금리를 보면 2년물 4.051%, 3년물 4.102%, 5년물 4.234%에서 형성돼있다.
현재 금리 등을 고려하면 전 트랜치 모두 4%대에서 발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건설업종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현대건설(AA-)의 크레딧 스프레드는 동일등급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 대비 소폭 높은 수준이다. 나이스 P&I에 따르면 국고 3년물 대비 크레딧 스프레드는 82.5bp이며 동일등급 스프레드는 75.5bp다.
그럼에도 현대건설이 이번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대비 많은 물량을 모은만큼 증액발행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이번에 조달한 공모채 자금을 채무상환과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증액한도도 3200억원까지 늘려놓은 상황이어서 향후 증액발행도 가능하다.
◇ 주관사단 확대로 세일즈 강화…건설업 전반 분위기는 '암울' 이번 수요예측을 위해서 현대건설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번 주관사단에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 여섯 곳을 선정했고 인수단으로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삼성증권 등을 포함시켰다. 결과적으로 총 9곳의 증권사가 세일즈에 나선 것이다.
그나마 현대건설이 건설업종 내에서도 신용등급 및 전망 'AA-, 안정적'으로 평가받으면서 타사 대비 우려가 적다는 점도 모집액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됐다. 신평사들은 외형 성장이 지속되고 있고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으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감축 여부 등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현대건설의 수요예측 결과를 놓고 건설업 전반에 대한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왔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경우 업황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며 "건설사 중에서는 대장 종목인만큼 수요나 금리 수준이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건설업 자체를 좋게 보고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여타 건설업 전반으로 회사채 온기가 퍼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