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 안갯속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건설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첫 건설업계 공모 회사채 발행 주자는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신용등급 'AA-'로 건설업 내 최상위 등급을 보유 중이다.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연초부터 AA급의 우량 발행사들은 앞다투어 시장에 나올 예정이지만 건설채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 공모채 시장을 두드린 현대건설이지만 모두 개별민평금리 대비 오버발행한 바 있다.
◇ 현대건설, 1월 수요예측 진행하는 유일한 건설사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공모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발행사는 20여곳이 넘는다. 이중 80% 정도가 AA급의 우량 회사채다. 건설사는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은 만기구조(트랜치)를 2·3년물로 나눠 각각 600억원, 800억원 등 총 1400억원을 모집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오는 22일에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30일에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의 신용등급 및 전망은 국내 신용평가사 3사 모두 'AA-, 안정적'이다. 건설업종 중에서는 DL이앤씨 함께 최상위 등급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정도가 A+다.
시장에서는 같은 AA급이어도 건설업종에 대해선 선호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2022년말 레고랜드 사태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2023년 건설사에 대한 투심이 위축됐고 연말에 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이 좋지 않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도 여전하다.
그나마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채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은 위안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만기 도래하는 건설사 채권금액은 3조4000억원선으로 전체 회사채 만기도래금액인 69조원의 4.9%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간 직접조달이 쉽지 않았던 탓에 공모채를 발행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크레딧 시장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역대급 주관사단 선정, 모집 자체보단 금리가 '문제' 물론 신용등급이 우량한 현대건설의 경우 모집물량을 채우는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관사단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등 여섯 곳을 선정했고 인수단 역시 키움증권, 삼성증권, 현대차증권을 선정했다.
그럼에도 원하는 금리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2월 발행 당시에도 2년물과 3년물 각각 700억원, 800억원 모집에 각각 1200억원, 2000억원이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발행금리는 개별민평금리의 각각 10bp, 3bp 가산한 수준에서 정해졌다. 당시 대부분 AA급 발행사는 언더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이는 9월 발행한 공모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집액을 뛰어넘는 유효수요 물량을 확보했음에도 모두 확정가산금리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10bp씩 높은 수준에서 확정됐다. 당시 2년물과 3년물 확정금리는 각각 4.514%, 4.601%였다. 발행금액은 1200억원씩 총 2400억원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건설사 중에선 신용등급이 우수한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로선 태영건설 이슈 때문에 모집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외에 보험사나 중앙회의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발행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