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해왔던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이상감지 신호가 감지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10여 년간 한국시장에서 보여줬던 투자 스타일이 몇년새 급변하면서 앵커에쿼티의 위상도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볼트온의 정석을 보여줬던 앵커에쿼티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하면서 내부에서도 의구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맞물려 상무급을 포함해 실무진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소수지분 투자 정석→바이아웃·단기호재성 추구 앵커에쿼티는 차별화된 투자 패턴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소수지분 투자로 시작해 일정기간 이후 바이아웃으로 전환하는 패턴이다. 앵커에쿼티의 과거 투자이력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폐기물업체나 헬스밸런스 등의 경우 첫 투자부터 바이아웃을 단행했지만 이 외에 투썸플레이스, 이투스, 메타엠 등은 소수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경영권을 확보한 사례였다.
이 같은 투자 스타일이 달라진 건 2021년 국내 간편식(HMR) 1위 업체인 프레시지의 경영권을 사들이면서다. 처음부터 곧바로 바이아웃을 단행하며 최근 몇 년간의 투자 패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 셈이다.
프레시지를 기점으로 투자 패턴은 180도 바뀌었다. 앵커에쿼티는 이전과 달리 단기적으로 호재가 있는 곳에 투자하는 모멘텀 플레이 전략을 구사해오면서 다소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였다. 마켓컬리와 두나무 역시 앵커에쿼티의 달라진 투자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문제는 투자 성과가 뒤따라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투자 이후 해당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가 쪼그라들면서 당시 밸류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앵커에쿼티는 2021년 마켓컬리가 진행한 프리IPO에 참여해 2500억원을 수혈했다. 마켓컬리는 이 과정에서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재 기업가치는 4분 1도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두나무 역시 2022년 초 기업가치가 15조원 수준이었지만 가상자산의 평가 가치가 떨어지면서 투자 당시 밸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형국이다.
마켓컬리 투자로 해외 LP가 앵커에쿼티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앵커에쿼티는 마켓컬리 고밸류 투자 탓에 최근 해외LP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자 한동안 투자시계를 멈추기도 했다.
◇상무급 이하 실무진, 1년새 5명 퇴사 조직도 타격을 입었다. 운용인력 이탈이 더해지면서 하우스 평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볼트온의 정석을 보여줬던 앵커에쿼티가 공격적으로 투자를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투자 전략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인력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앵커에쿼티의 창립멤버는 안상균 대표, 변성윤 대표, 위세욱 부사장 등이다. 현재 안상균 대표가 아시아 대표로 총괄하고 있는 가운데 변성윤 대표가 한국을 도맡고 있다. 창립멤버인 위세욱 부사장을 포함해 서재섭 부사장, 이규현 전무도 키맨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키맨들을 주축으로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최근 주요 실무진들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1년 사이 하우스를 떠난 주요 실무진은 5명가량으로 파악된다. 상무급 포함해 부장급 인력이 연쇄 이동한 셈이다. 다른 업계인 크래프톤으로 이직한 사례도 있지만 포레스트파트너스, KKR, EQT파트너스 등 동종 업계로 적을 옮긴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직 행렬이 이어진 데는 하우스의 투자 패턴이 바뀐 영향만은 아니다. 여러 원인이 결합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소통 부재가 실무급 인력들에겐 경험을 쌓는 데 제약이 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앵커에쿼티의 경우 국내 LP와의 접점은 전무하다. 지금까지 4개의 펀드를 결성하면서 모두 해외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투자경력을 쌓고 있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국내 LP와의 네트워크 부재가 아쉬운 대목일 수 있다. 안상균 대표 체제 하에 의사 결정이 이뤄지다보니 인력 이탈을 줄이기 위해선 수평적 조직문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