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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전략 분석

삼성바이오로직스, 여신한도 열어둔 이유는

내년 에피스 3차 대금 지급 예정, 5공장 투자비 2조도 고려

김형락 기자  2023-12-29 13:57:49

편집자주

조달은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의 꽃이다. 주주의 지원(자본)이나 양질의 빚(차입)을 얼마나 잘 끌어오느냐에 따라 기업 성장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결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적의 타이밍에 저렴한 비용으로 딜(Deal)을 성사시키는 것이 곧 실력이자 성과다. THE CFO는 우리 기업의 조달 전략과 성과, 이로 인한 사업·재무적 영향을 추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바이오의악품 위탁생산(CMO) 예상 수요에 대비해 공장을 증설하는 선행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자체 자금으로 부족한 투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조달 대책도 미리 세워뒀다. 지난해 조 단위 유상증자 뒤에도 미사용 여신한도를 유지하며 은행에 조달 경로를 열어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부터 별도 기준(이하 동일)으로 미사용 여신한도를 6000억원 이상(외화대출 약정 포함) 확보해 두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미사용 여신한도는 6238억원이다. 2021년 말에는 6987억원, 지난해 말에는 6029억원을 미사용 여신한도로 남겨 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부터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를 지속할 만큼 재무안정성이 탄탄하다. 2011년 착공한 1공장부터 올해 완공한 4공장까지 시설투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에 유상증자 대금, 차입금 등을 보태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3조2008억원(시설자금·타법인증권취득자금)을 조달해 그해 말 순차입금은 마이너스(-)1조762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순현금 상태를 유지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6529억원으로 총차입금(1조1497억원)보다 5032억원 많다. 단기성차입금 9203억원을 모두 상환한다고 해도 7327억원이 가용현금으로 남는다.

내년 예고된 자금 유출 건을 고려하면 당장 단기성차입금을 대거 상환할 유인이 크지는 않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바이오젠(Biogen Therapeutics)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잔여 지분(50%-1주) 매입 잔금 526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지난 4월부터 건설 중인 5공장(생산능력 18만L)에 들어갈 투자비도 1조9800억원으로 잡혀 있다. 5공장 완공 시점은 내후년 4월이다.

투자금이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서는 상황에 대비해 미사용 여신한도를 줄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현금흐름과 현금성자산 외에도 미사용 여신한도와 유형자산(장부가액 3조4707억원) 담보 여력 등으로 신규 투자자금 부담을 관리하고 있다.


과거 4공장(24만L)을 증설할 때 내부 자금으로 부족한 돈을 차입금으로 충당했다. 4공장은 2020년 11월 착공했다. 투자비용은 총 1조7400억원이었다. 각각 △2020년 158억원 △2021년 4985억원 △지난해 8956억원 △올해 3301억원을 집행하는 일정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1년 총차입금과 금융기관 대출 약정액을 동시에 늘렸다. 2020년 7624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이듬해 1조2745억원으로, 2020년 9066억원이었던 금융기관 대출약정 한도는 이듬해 1조4418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차입금 증가분은 대부분 새로 발행한 회사채였다. 삼성바이오로직는 2021년 9월 4공장 증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찍었다. 2021년 금융기관 대출약정 실행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약정한도를 늘려둔 덕분에 2020년 말 3242억원이었던 미사용 여신한도는 이듬해 말 698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자본을 확충해 재무안정성 지표는 양호하다. 지난 3분기 말 부채비율은 46%, 차입금의존도는 10% 수준이다. 올 3분기 이자수익(662억원)이 이자비용(417억원)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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