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현대자동차가 올들어 높은 이익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새 주주환원정책의 효과가 더해져 배당총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간배당 규모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한 만큼 배당총액 급증 효과는 결산배당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예상 배당총액 3조, 결산배당만 2조 이상
현대차는 지난 4월 배당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재원 산출기준을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순이익으로 변경하는 새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새 정책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3년부터 연결기준 지배지분 순이익의 25%를 배당하는 것, 즉 배당성향 25%를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미국과 국내 등 글로벌 생산거점 투자의 본격화로 올들어 잉여현금흐름이 1~3분기 누적 기준 마이너스(-) 4조7770억원을 기록 중이다. 기존 정책대로라면 올해 현대차 주주들은 배당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새 정책 덕분에 주주들은 오히려 대규모 재원 기반의 고배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올 1~3분기 누적 연결기준으로 현대차의 지배지분 순이익은 9조7363억원으로 전년도의 7조3644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올 한해 지배지분 순이익 컨센서스는 12조4457억원이며 25%의 배당을 가정하면 3조1114억원이 2023년 배당총액 예상치다. 전년도 1조8304억원 대비 70% 증가하는 것이다. 3분기까지 현대차가 실시한 중간배당 총액이 7858억원에 그치는 만큼 결산배당에만 2조원 이상의 재원이 몰릴 전망이다.
◇거듭된 25% 준수 약속, 재원은 '준비 만반'
지난 4월 새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한 이후 현대차는 분기별 기업설명회를 진행할 때마다 배당성향 25%를 준수할 것이라고 거듭 약속해왔다. 재원이 충분한 만큼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으로 배당에 투입할 수 있는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3조9760억원 보유하고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올해 배당총액 예상치 3조1114억원을 웃돈다. 게다가 올들어서는 3분기 말 5조7274억원까지 미처분 이익잉여금 규모가 불어났다.
배당액의 실질 지급능력인 보유현금 역시 여유로운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 보유량이 9조7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말보다 27.6% 늘었다.
애초 현대차는 잉여현금흐름을 기준으로 배당총액을 책정하던 과거에도 지배지분 순이익 기준 25%의 배당성향을 대부분 충족해왔다. 최근 5년(2018~2022) 동안 현대차가 여기에 미치지 못했던 것은 2022년 단 한해뿐이다.
다만 2022년에도 현대차의 배당성향은 24.9%였으니 사실상 25%를 달성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2018년에는 무려 70.7%의 배당성향을 보이기도 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의 올해 배당성향 25% 준수 약속도 '당연하게' 지켜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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