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에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일은 이사회 중심 경영을 보다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사회 구성원들이 경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들여다보기 어렵고, 각 이사들이 갖춘 경험과 지식이 모두 다르다. 이에 분야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적합한 이사를 배치해 집중적으로 안건을 검토하도록 하는 것이다.
에코프로 역시 이사회에 소위원회를 꾸려놓은 상태다.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게 설치 의무가 주어지는 감사위원회를 올해 선제적으로 설치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ESG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컴플라이언스위원회까지 더해 총 4개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 설치 확대로 이사회 기능 확대 에코프로의 이사회는 지난 2년여간 빠르게 발전했다. 이사회 기능 확대에는 지난해 초 불거진 에코프로의 주식 불공정 거래 이슈가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에코프로 지배구조에 대해 제기되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시한 거버넌스 개선 작업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먼저 지난해 기존 설치돼있던 내부거래위원회의 구성을 전원 사외이사로 교체했다.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 2인과 사내이사 1인으로 이뤄졌었다. 또 ESG위원회, 컴플라이언스위원회도 이사회에 설치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ESG위원회는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 운영에 있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체제다. 여기에 더해 올 3월에는 감사위원회를 설립했다.
다양한 위원회를 설치한 일 자체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이다. 한국ESG기준원은 모범규준을 통해 "이사회 내에 관련 분야별 위원회를 설치하여 당해 분야에 전문지식과 경험을 보유한 적합한 이사를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운영 실효성 '글쎄' 다만 위원회 구성 자체에는 아쉬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에코프로 이사회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감사위원회에 소속된 위원이 같다. 세 개 위원회는 모두 김재정·안태식·하종화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회의 운영은 분야별로 알맞은 이사들을 배치해 업무수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뤄지는 일이다. 모든 이사가 같은 위원회에 속해있는 지금의 형태는 위원회 구성의 취지에는 맞지 않는 일로 보인다. 무늬뿐인 이사회 경영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사외이사들은 ESG위원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감사위원회에 더해 ESG위원회까지 사외이사들은 모두 4개의 위원회에 소속된 상태다. 사외이사들의 업무가 다소 과중한 측면이 있다.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활동에 충분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는 3개를 초과하는 위원회에 소속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명시돼 있다.
감사위원회의 구성도 아직 모범규준에서 제시하는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감사위원회 위원 중 최소 2인은 감사업무에 관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인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이다. 에코프로 감사위원회의 경우 감사업무 전문가는 아직 안태식 사외이사뿐이다. 안 사외이사는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회계학 박사 출신이자 한국 회계학회 회장을 역임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중복된 위원회 구성과 이에 따른 사외이사들의 과도한 위원회 중복 소속 등은 사외이사의 숫자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ESG위원회는 "이사회는 효과적이고 신중한 토의 및 의사결정이 가능한 규모이어야 하며, 이사회 내에 설치된 위원회가 활성화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이사로 구성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독립성·실효성 확보 마지막 퍼즐, 결국 '규제'? 향후 에코프로의 자산총계가 2조원이 넘어간다면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 및 운영 실효성 확보가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어 보인다. 자산 2조원이 넘어갈 경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설치가 의무화된다. 사추위는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관리 및 검증을 통해 알맞은 인물을 추천하는 역할을 하는 소위원회다.
사추위가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사회가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을 갖는다. 현재 에코프로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이 되지 않고,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맡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추위를 통한 후보 추천이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에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진다.
또 자산 2조원이 넘을 경우 추가적인 사외이사 선임 의무가 생긴다. 지금처럼 에코프로의 사내이사가 3인을 유지한다면 사외이사 자리 하나를 늘려야 한다. 사외이사 숫자가 늘어날 경우 이사회 독립성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와 더불어 사외이사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이사회의 전문성 및 배경 다양성이 늘어나게 된다. 각 위원회에서 적합한 위원을 선임하기에 용이해지며, 중복된 구성 및 과다 소속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이 아님에도 자율적으로 법과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기업들이 많고, 에코프로도 일부 선제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