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 13곳에서 근무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13명 가운데 회사 주식을 보유한 이도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부터 지난해 인수한 지누스까지 직급을 막론하고 모든 CFO는 자사주를 들고 있지 않다. 대표이사(CEO)로 대상을 넓혀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 하락률 '두 자릿수' 현대지에프홀딩스·한섬, 자사주 소각 결정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중심의 단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기존에는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사업형 지주사인 현대백화점이 양대 지주사였으나 현대지에프홀딩스가 공개매수와 현물출자를 거쳐 주력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백화점을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바뀌었다.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과 함께 현대백화점그룹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담당하는 조직은 13개 상장 계열사 재무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그룹가치제고위원회'다. 각 계열사 CFO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룹가치제고위원회는 최근 두 곳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단일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의류 제조 계열사인 한섬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한섬의 올해 주가 하락률이 각각 42.05%, 26.5%로 주가가 가장 크게 떨어진 계열사 3곳 중 2곳이다. 나머지 하나는 매트리스 제조 계열사인 지누스(-46.7%)다. 주주환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중 일부인 178만7566주를 내달 12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2.8%다. 한섬은 내년 2월까지 장내에서 자사주 49만2600주를 매입한 뒤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일부를 합해 총 123만1500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전체 발행 주식의 5%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한섬 모두 결코 작지 않은 규모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라며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평했다.
◇자사주 보유에 큰 관심 없는 CEO와 CFO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이다. 유통 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상승할 요인이 발생하고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당기순이익/자기자본*100%, ROE)도 개선된다. 자사주 매입처럼 '오버행 이슈(대규모 물량 출회)'도 없다. 주주총회에서 기존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 커진다.
다만 경영진들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상장 계열사 13곳에서 근무하는 CFO 13명 가운데 자사주를 보유한 이는 한 명도 없다. 민왕일 현대백화점 부사장, 이종근 현대지에프홀딩스 전무, 임동윤 현대홈쇼핑 상무, 강민수 현대리바트 상무 등 자사주를 들고 있지 않다. 이들 중 일부는 그룹가치제고위원회 위원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한다.
대상을 대표로 넓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누스와 대원강업, 삼원강재, 현대에버다임 등 인수한 지 오래되지 않은 곳의 대표들은 자사주를 들고 있다. 하지만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전통적 주력 계열사들의 대표들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올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대부분 하락했다. 13곳 가운데 9곳의 올해 주가 하락률이 마이너스(-)다.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한섬을 비롯해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현대리바트, 현대바이오랜드, 지누스, 현대에버다임 등이 여기에 속한다.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한섬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에도 주주환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