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시장에서 동종업계기업으로 자주 비교되곤 한다. 사업영역이 일부 겹치는 데다 국내 전자업계에서 상징적인 삼성과 LG전자의 자회사라는 점에서 '맞수'로 거론되는 것이다.
하지만 양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업구조와 주력제품이 완전히 다르다. 전략에서도 차이가 난다.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 추이를 보면 그 기업이 어느 사업을 키우는지 알 수 있는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올해 캐펙스 집행액에서 이를 파악해 본다.
◇삼성전기 패키지기판 투자 확대 삼성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투자액은 약 7258억원이었는데 이 중 73%를 반도체패키지기판 사업을 담당하는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에서 집행했다. 삼성전기의 사업부문은 컴포넌트(MLCC)와 광학통신솔루션(카메라모듈), 패키지솔루션으로 나뉜다.
삼성전기는 3분기까지 패키지기판 생산라인 증설에 약 5306억원을 투자했다. 주력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을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문은 약 1148억원을, 광학통신솔루션은 약 272억원만을 투입했다.
사업부문별 매출액을 보면 컴포넌트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하지만 LG이노텍과는 달리 광학통신솔루션과 패키지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액 비중도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컴포넌트와 광학통신솔루션 사업부문 매출 비중이 각각 43.84%, 34%고, 패키지솔루션도 22.16%를 차지하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광학솔루션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81.5%에 달한다.
삼성전기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패키지솔루션과 컴포넌트부문이 캐펙스로 각각 약 8935억원, 약 4393억원을 썼다. 2021년에는 전체 투자액 9274억원 중 약 55%(약 5091억원)가 컴포넌트부문의 집행액이었다. 당시 기판솔루션사업부문의 캐펙스는 약 2229억원이었다. 이때 MLCC 증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기판 쪽으로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LG이노텍, 모듈부문 캐펙스 더 늘렸다 반면 LG이노텍은 삼성전기가 가장 투자를 적게 한 카메라모듈 생산라인 증설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LG이노텍은 올해 1~3분기 삼성전기의 2배가량인 약 1조4161억원의 캐펙스를 투입했는데 이 중 대부분인 1조1370억원(80%)을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과학통신솔루션 사업부가 썼다. 기판소재사업부는 캐파(CAPA·생산능력) 증설에 약 2179억원, 전장부품사업부가 약 476억원을 투입했다.
광학솔루션사업부는 작년보다 투자액이 더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캐펙스는 약 1조7940억원이었는데 이 중 1조813억원을 광학솔루션사업부가 집행했다. 2021년에도 전체 캐펙스 1조2092억원 중 76%에 달하는 9217억원가량이 카메라모듈 생산라인 증설 등에 쓰였다. 캐파가 늘어나는 만큼 광학솔루션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2020년 74%, 2021년 79.3%, 지난해 81.5%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LG이노텍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기준 약 19조5894억원, 삼성전기는 9조4246억원 수준으로 매출 규모 자체가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캐펙스 집행액 규모도 삼성전기는 지난해엔 약 1조5000억원, LG이노텍은 1조8000억원이었다.
이렇게 체급 차이가 나고 캐펙스 전략이 달라지는 건 LG이노텍이 애플의 카메라모듈 공급사로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져가고 있어서다. 애플 아이폰의 지난해 기준 생산량은 2억2000만대가 넘는다. 부품 수요에 대응하려면 LG이노텍이 카메라모듈 쪽에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LG이노텍의 애플 의존도는 75% 이상이다.
한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중 어떤 사업구조가 매력적인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애플 의존도가 높고 삼성전기가 상대적으로 사업 구조가 안정적이긴 하지만, 이는 LG이노텍이 그만큼 애플을 꽉 잡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