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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EX 톺아보기

번 것보다 더 쓴 삼성SDI, 해외 생산거점 투자 확대

보유 현금 활용 캐펙스 집행, '수익성 우위 성장' 기조 유지

김혜란 기자  2023-11-17 08:10:15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가 버는 것보다 더 많이 투자해 캐파(CAPA·생산능력)를 확충하고 있다. 올해 1~3분기 캐펙스(CAPEX·설비투자액)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신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강조해 온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 기조를 지키기 위해선 성장세를 보여주는 것만큼이나 확장 전략을 시의적절하게 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올해 벌어들인 것보다 지출이 많아 유동성은 전년보단 나빠졌으나 캐펙스 상당부분이 합작공장을 짓는 데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투자분이 추후 외형성장과 이익증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얘기다.

◇캐펙스 전년 동기 대비 2배↑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에너지솔루션 사업부가 벌어들인 이익은 약 1조1163억원이었다. 매출은 약 1조5408억원, 영업이익률은 7.2%다. 올해 1~3분기 에너지솔루션 사업부의 캐펙스 집행액은 2조396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1~3분기 에너지솔션 사업부는 1조6521억원을 투자했다. 해당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225억원, 8947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7.3%다. 올해 3분기(누적) 전년 동기 대비 매출도 늘었으나 캐펙스 투입액도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SDI 최윤호 대표이사 사장

캐펙스는 주로 미국 현지 생산거점 구축에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미국에 스텔란티스와 함께 인디애나주 코코모시 1공장을 33기가와트시(GWh)규모로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GM과도 미국에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하는 30GWh 규모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고객사와 합작공장을 세운단 것 자체가 이미 공급 물량을 확보했단 것을 의미한다.

또 기존 원통형 생산기지인 말레이시아 세렘반공장에 1조7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2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천안 공장에 지름 46㎜짜리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 작업에 들어갔다. 46㎜ 배터리는 기존 2170 원통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용량이 5배, 출력이 6배 개선된 차세대 배터리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자 다양한 고객사들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전방위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 늘고 현금 줄었는데 곳간 상황은

전자재료 사업부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보면 3분기까지 총 2조4397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약 1조321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보다 투자규모가 많은데 곳간 상황은 어떨까.

실제 현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현금흐름표를 보면, 3분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1조6778억원 순유입됐다. 하지만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 약 3조684억원이 순유출됐다. 재무활동현금흐름으로는 1326억원 정도만 순유입됐다. 이는 갖고 있던 현금으로 투자하고 차입금은 별로 늘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기존 3조원대에서 약 1조4074억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1조원대 현금을 보유 중이다. 총차입금은 약 5조4443억원 수준이나 이 중 42% 정도인 약 2조4852억원이 장기차입금이라 상환 부담이 크지 않다.

투자가 늘고, 현금은 줄다보니 유동성은 전년보단 다소 악화됐다. 삼성SDI는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고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 전략을 강조해온 만큼 앞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나가는 데 경영 전략의 방점을 찍으며 투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삼성SDI는 환율 영향으로 2000억원가까이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3분기까지 차입금은 2961억원가량 늘었다. 하지만 현금흐름표상 차입금 차입과 상환금액의 차이는 885억원이다. 약 2000억원 가량의 갭이 발생하는데 이는 환율 상승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외화차입금 비중이 높다. 12월말 원·달러 환율이 1267원에서 올해 9월말 1344원으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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