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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액션' 나서는 HL홀딩스, 저평가 탈출할까

①주주환원책 불구 주가 요지부동...고배당 및 자사주 소각 3개년 게획 주목

허인혜 기자  2023-11-09 15:07:17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HL홀딩스 주가에 따라붙는 꼬리표는 '저평가'다. 지난 3년간 주주환원 정책은 꾸준했지만 주가 추세를 보면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행동주의와 가치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HL홀딩스의 주요 주주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고 최근에도 매수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봐도 저평가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L홀딩스가 이달 내놓은 새 주주환원 정책의 목표는 주가 밸류업이다. 신뢰의 고배당주로 한번, 자사주 소각으로 또 한번 몸값을 높인다는 목표다. HL홀딩스는 저평가를 탈출할 수 있을까.

◇주주환원책 이어갔지만 주가는 뜨뜻미지근

HL홀딩스는 8일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및 가시성 확보를 위한 3개년 정책 수립안'을 발표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의 3개년 계획이다. 배당과 자기 주식 취득 및 소각, 배당절차 개선 등의 내용을 담았다.

배당 규모는 최소한 올해 수준인 주당 2000원 이상을 유지하고 3개년간 200억원의 주식을 분할 취득, 취득 직후 소각할 예정이다. 총 주식수의 약 6% 규모다. 배당 기준일도 매년 기말일에서 이사회 결의일로 변경한다.

그동안에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 왔지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못박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HL홀딩스는 그동안 주당 2000원의 배당금을 공개하는 한편 '적정한 이익분배를 통한 기업가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주주들의 배당에 대한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안정된 배당정책을 유지'한다는 정책을 명시해 왔다.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중이었지만 주가 흐름은 하락세였다. 3년 사이 주가 추이를 보면 2021년 9월 5만8700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왔다. 올해 초 2만8800원으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등락을 거듭해 3만2000~3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HL홀딩스는 사업형 지주사다. 지난해 실적은 좋지 못했다. 매출은 1조2773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6.7% 줄었다. 외부 투자건으로 실적 변동성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HL홀딩스는 2021년 9월 2차전지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에 1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단행한 뒤 비마이카와 닥터차, 딜러타이어 등의 스타트업 투자도 이어왔다.

성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더블유씨피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앞둔 수요예측에서 참패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였던 8만~10만원에서 20% 이상 낮춘 6만원으로 상장했고 지금은 4만원대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정몽원 회장을 제외한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과 베어링자산운용, VIP자산운용, 신영자산운용 등이다. VIP자산운용이 8월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9.02%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7.07%, 베어링자산운용이 6.59%, 신영자산운용이 5.03%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소각 못박은 HL홀딩스, 모멘텀 될까

HL홀딩스와 주요 주주들이 택한 주가부양책의 방향성은 동일하다. 안정적인 고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소각의 정공법이다. 주요 주주들은 HL홀딩스의 지배구조 등을 저평가 요인으로 꼽지 않는다. 주주들의 요구와 HL홀딩스의 방향성이 같은 데도 여태 주가부양의 효과를 못 누린 것은 그동안의 HL홀딩스의 주주친화 정책이 저평가를 벗어날 만큼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는 의미일 수 있다.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자산운용사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가치투자와 행동주의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다. 실제로도 일부 운용사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년째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한 VIP자산운용이다. VIP자산운용이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요청하면서 HL홀딩스의 주주환원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VIP자산운용은 8월 보유목적을 공시하며 "HL홀딩스는 2018년 이후 연 200억원 수준의 배당을 포함해 연평균 278억원을 주주환원에 활용하고 있으나 극단적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보고자는 현재의 저평가 상황을 고려할 때 동일한 주주환원율 내에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명시했다.

신규 배당정책은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추가적이고 정기적 자사주 소각 약속은 반등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취득은 부정기적으로 꾸준히 해 왔다. 2020년 100억원, 2021년 100억원을 추가로 매입했다. 2022년에도 1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번에는 2019년과 마찬가지로 취득과 소각을 약속했다. 규모도 2019년대비 크다. HL홀딩스는 2019년 75억원 규모의 기취득 자기주식을 소각했고 81억원어치를 새로 구매해 태웠다. 다만 이 시기 자사주 취득과 소각은 주가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주요 투자자들은 주주환원 정책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부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소각 여부도 예측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 (저평가의) 이유인 것 같다"며 "중기주주정책을 구체적으로 공표하고 자본잉여금도 전환해서 세금적인 혜택도 있는만큼 주가는 순차적인 재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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