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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투자회사 된 SK네트웍스, 배경은 '풍부한 현금'

렌탈 사업이 회사 캐시카우로…부채비율 관리 필요성은 대두

이호준 기자  2023-11-09 07:40:02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변화'의 대명사인 SK네트웍스가 재무활동에 계속 무게를 둘 수 있는 배경으로 풍부한 자금 상황이 꼽힌다. 이 회사는 수 년전 사들인 렌탈 사업(동양매직, AJ렌터카)이 캐시카우로 성장하면서 지속된 유망 스타트업 투자에도 여전히 1조원대 현금을 유지 중이다.

8일 SK네트웍스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약 1조원이다. 지난해 말 8450억원 대비 19%가량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 규모는 작아졌다. 이 기간 SK네트웍스의 총차입금은 4조9362억원으로 지난해 말 5조원보다 소폭이지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총차입금에서 가용현금을 뺀 순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말 4조1945억원에서 3조9362억원으로 줄었다.

재무제표상 SK네트웍스의 유동성은 재무활동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회사는 2년 전 '사업형 투자회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유망 영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왔다. 기존 종합상사의 이미지를 확실히 탈피하기 위한 일종의 베팅이었다.

단위: 백만원

달리 말하면 지갑을 열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마켓컬리를 투자를 포함하면 SK네트웍스가 최근 5년간 국내외 스타트업 집행한 투자(펀드·직접 및 지분투자 포함)는 2500억원 이상이다. 투자 기준은 디지털 전환(DT), 웹3, 지속가능성 세가지다.

올해도 역시 투자는 계속됐다. SK네트웍스는 올 상반기에 인공지능(AI) 기반 웨어러블 디바이스 개발 기업 '휴메인'과 네덜란드 스마트팜 스타트업인 '소스.ag'에 투자했다. 이번 분기에는 데이터 솔루션 및 컨설팅 기업 '엔코아' 인수금 납입을 마무리했다.

풍부한 현금이 재무활동의 밑천이 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과거 동양매직(2016년, 현재 SK매직), AJ렌터가(2019년, 현재 SK렌터카)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전에 뛰어들어 1조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하며 현금성자산이 한때 5000억원대로 줄었다.

다만 2020년 주유소 사업을 HD현대오일뱅크에 매각하면서 1조3000억원을 확보했고, 명동사옥과 골프장 운영사업을 담당해 온 자회사 SK핀크스의 지분을 매각해 4000억원을 얻었다. 이에 SK네트웍스의 현금성자산은 다시 1조원대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렌탈 사업이 회사의 캐시카우로 성장했고 엔데믹에 따른 워커힐 호텔 사업의 호조도 있었다. 여기에 자금 단위가 낮은 투자에 집중하는 식으로 재무활동을 이어와 SK네트웍스의 현금보유량이 아직도 1조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SK네트웍스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6% 증가했다. 순이익도 134억원으로 69.9% 늘었다. 특히 SK매직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147%나 증가했다. 차입금을 늘리지 않고도 곳간을 채운 배경이다.

다만 부채비율에 대한 관리 필요성은 생겼다. SK네트웍스는 이번 분기 부채비율이 324%로 지난해 말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사업구조를 고려했을 때 부채비율이 다른 업종이나 기업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의 투자엔 부담이 될 수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형 투자회사로서의 모델을 구축해가는 중"이라며 "파이낸셜 스토리 완성도를 높이고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가치 증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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