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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지금

LCD 구도 변화 감지, 사업 전략 달라지나

①중국 대안으로 급부상, 생산량 변화 주목…중장기 감축은 그대로

김도현 기자  2023-10-31 07:49:47

편집자주

오랜 적자에 시달리던 LG디스플레이가 반등을 노린다. 전반적인 시장 침체는 여전하지만 기대 요소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올해 4분기부터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중 분쟁으로 LCD 시장에서 입지가 달라졌고 애플, 삼성전자 공급망 진입이 가속화한 데 따른 자신감이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선점한 것도 긍정적이다. 반전 드라마를 쓰려는 LG디스플레이의 현재 상황과 대응 방안을 점검해본다.
LG디스플레이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전방산업 부진이 장기화한 여파다. 반면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역대급 실적을 지속하고 삼성전자에 20조원을 빌려줄 정도로 자금 상황이 여유롭다.

희비가 엇갈린 데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진입으로 흐트러진 LCD 분야에서 빠르게 발을 뺀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더뎠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 고조로 LCD 시장의 미묘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의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LCD 공장

◇삼성전자 등 주문량 증가, 가동률 높아지나

현재 LCD 시장은 중국이 장악한 상태다. 2010년대 들어 정부 지원 아래 BOE, CSOT, 티엔마, 비전옥스 등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이들이 저가물량 공세를 펼친 영향이다. 결과적으로 LCD 수익성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LCD 비중을 줄이는 한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중소형 OLED, 대형 OLED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다만 TV보다는 스마트폰 위주로 OLED 침투가 이뤄지면서 선점 효과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비교적 컸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생산능력(캐파)을 늘려가는 동시에 LCD 공장도 정상 가동했다.

LG디스플레이의 선택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잠깐 빛을 발하기도 했다. OLED 시장이 개화한 건 분명하나 아직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CD 점유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하반기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2021년에는 2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LCD 수요 급증이 한몫하면서 당시 부침을 겪었던 삼성디스플레이와 대조되기도 했다.

문제는 엔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도래하면서 나타났다. TV, 정보기술(IT) 기기 구매 급감으로 한순간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는 국내 LCD TV 공장인 파주 P7 라인을 철수하고 중국 광저우 LCD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등 노력을 기울였으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TV 및 IT), 파주(IT), 구미(자동차) 등에서 LCD를 생산 중이다. IT와 자동차는 비교적 수익성이 좋지만 TV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사업장 내 GP1과 GP2 중 후자만 돌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업황 악화로 GP2마저 생산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에는 사뭇 공기가 다르다. 미·중 갈등 격화로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중국 LCD TV 패널 비중을 낮추기로 결정하면서다. 해당 물량이 LG디스플레이 쪽으로 쏠리면서 TV용 LCD 주문이 늘어나게 됐다는 후문이다. 삼성그룹과 BOE 간 특허소송으로 사이가 틀어진 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TV 업체들로부터 LCD TV 패널 소싱 변화에 대한 문의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관련 캐파는 독보적으로 한 지역에 쏠려있고 최근 미·중 무역 문제로 고객들이 공급망(SCM) 안정성 측면에서 전략 변화를 원하는 상황으로 자사로 공급 요청이 늘었다”면서도 “LCD TV 사업과 관련한 기존 전략 변화는 없다. 다만 세트 고객 요구에 대한 유연한 방안을 마련해 LCD 공장의 자사 및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으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 구매를 늘린다면 광저우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별도 투자 없이 GP1 운영을 재개하면 대응할 수 있다. 참고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OLED TV 공급을 본격화했으나 아직 LCD TV 출하량이 압도적으로 높다. OLED TV 1위인 LG전자마저도 LCD TV 매출이 약 70%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내년 LCD TV 생산량을 1500만대로 증대할 전망이다. 현실화하면 올해(800만대)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옴디아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CD 조달 물량 중 LG디스플레이 비중을 2023년 8%에서 2024년 16%로 확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대신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이외에 스카이워스, 베스텔 등도 LG디스플레이에 같은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 매출 비중

◇중국 광저우 공장 운명은

지난 3분기 LG디스플레이 실적자료에 의하면 이 기간 매출에서 OLED 비중은 42%다. 반대로 보면 LCD가 여전히 58%나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TV용 LCD 판매가 확산하면 당분간 LCD 몫은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은 여러 소문에 휩싸였다. 가동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매각설이 제기된 것이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 LCD 공장을 CSOT에 넘겼듯이 LG디스플레이도 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중국 매체의 추측 보도”라고 답한 바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해당 공장을 호시탐탐 노리는 것으로 안다. 가격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을 완전히 접은 만큼 LG디스플레이까지 물러나면 국내 TV 제조사로서는 믿을 구석이 사라지게 된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감가상각이 거의 끝난 상황이고 한 차례 매각 시기가 지난 만큼 헐값에 내놓을 명분이 없다. 중화권 패널 제조사, 스카이워스 등이 매입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단기간에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OLED TV 시장이 예상보다 커지지 않고 있어 당장 LCD TV마저 놓아버리면 대형 부문에서 하나의 캐시카우가 사라지는 악효과가 날 수도 있다. 일단 LG디스플레이는 LCD 수요에 맞춰 유동적으로 움직이겠다는 계획이다. 전방산업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경영진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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