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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장부가 '0원' 비상장 주식 활용법

'자본잠식' 디어유 612억 가치 인가받아, 현금흐름할인법(DCF) 평가 덕분

김형락 기자  2023-10-20 13: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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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출자는 그룹 사업·계열 구조 개편이나 계열사 자본을 확충하는 재무구조 개선 등이 필요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현금출자보다 난도는 높은 편이다. 출자액이 명확한 현금출자와 달리 출자 재산 가치 평가를 따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인된 감정인의 감정 평가와 법원 인가 등을 거쳐야 한다. 평가 가치 적정성, 과세 이슈 등도 따져봐야 한다. THE CFO는 현물출자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마주한 재무 과제와 대응 방안 등을 살펴본다.
SM엔터인먼트는 장부가액 '0원'으로 인식하던 비상장사 주식 활용해 자회사 SM스튜디오스 자본을 늘려줬다. 현물출자할 때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해 가치 평가를 실시한 덕분이다. 디어유는 자본잠식 상태였지만, 612억원으로 산정된 현물출자 가액을 법원에서 인가받았다. 법원이 수긍할만한 추정 근거를 갖춰 잡음 없이 인가 절차를 끝낼 수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21년 5월 비음악사업을 통합·관리하는 100% 자회사 SM스튜디오스를 신설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음악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계열 구조 개편이었다. SM스튜디오스 설립 당시 자본총계는 2446억원이다. 모두 SM엔터테인먼트가 현금(50억원)·현물출자(2396억원)한 금액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현물출자 방식으로 드라마·예능·뉴미디어 부문 계열사 5곳 주식을 양도하는 자산양수도 거래 구조를 설계했다. 현물출자 재산은 각각 △SM컬처앤콘텐츠 보통주 2826만5158주(지분 29.88%) △키이스트 보통주 431만8364주(24.43%) △SM라이프디자인그룹 보통주 1348만3865주(29.88%) △미스틱스토리 보통주 12만2619주(20.72%) △디어유 보통주 1200만주(65.17%) 등이다.


코스닥 상장사 세 곳은 시가로 현물출자 가액을 정했다. 각각 △SM컬처앤콘텐츠는 595억원 △키이스트는 719억원 △SM라이프디자인그룹은 462억원이었다. 비상장사인 관계기업 미스틱스토리와 종속기업 디어유 현물출자 가액을 산출하는 게 관건이었다. 두 곳 모두 SM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말 별도 기준으로 인식한 장부가액은 0원이었다. 손실이 발생해 손상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대주회계법인에게 비상장 주식 평가작업을 맡겼다. 대주회계법인은 DCF를 적용해 가치 평가를 수행했다. 미래에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연도별 현금흐름을 추정하고, 적정한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가치를 산정하는 평가 방법이다. 순자산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자산가치 평가방법, 유사한 상장 기업과 비교하는 시장가치 평가방법은 적용하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에겐 DCF가 자산자치 평가방법보다 유리한 선택지였다. 디어유는 2020년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23억원인 자본잠식 상태였다. 하지만 DCF로 산출한 현물출자 가액은 612억원이다. 미스틱스토리는 2020년 말 별도 기준 자본총계 126억원었지만, DCF를 적용해 산출한 자기자본가치는 487억원이었다. 최종 현물출자 대상 주식가액은 97억원으로 나왔다.

SM엔터테인먼트는 현물출자 가액 변동 없이 법원 인가 절차를 마쳤다. DCF 평가 근거를 법원이 인정해줬다. 대주회계법인은 SM엔터인먼트가 제시한 사업계획, 시장 조사기관 자료 등을 바탕으로 비상장 주식 가치를 평가했다.

대주회계법인은 디어유가 2020년 2월 런칭한 월 구독형 자동 갱신 프라이빗 메시지 서비스 'DearU bubble(디어유 버블)' 매출이 늘면서 현금 창출력도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디어유는 2020년 말 기준 매출(130억원) 중 82%가 디어유 버블에서 발생했다.

디어유 버블은 아티스트와 팬덤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2021년 반기 기준 유료 회원은 약 120만명이다. 팬이 원하는 상품(예: 엑소 3인권)을 구글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스토어에서 구매한 뒤, 구독할 아티스트를 선택하면 해당 아티스트로부터 버블 메시지를 수신할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외에 다른 기획사(JYP엔터테인먼트 등) 소속 아이돌도 플랫폼에 편입돼있었다.


대주회계법인은 2021년 버블 매출(디어유 버블 포함)이 전년 대비 약 3배가량 성장하며 디어유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025년까지 매년 14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추정 기간 영업현금흐름 현재가치 등을 기준으로 디어유 현물출자 가액(612억원)을 산출했다.

버블 매출 추정 근거는 명확했다. 평균 구독단가는 2020년을 기준으로 추정 기간 유지될 것으로 가정했다. 평균 소속 아티스트 수는 확정된 2021년 신규 계약 아티스트 수를 반영해 산출했다. 아티스트당 평균 구독 수는 추정 기간 PwC Global Entertainment & Media Outlook(2020-2024)에서 추정한 글로벌 E&M 시장 성장률(2.8%)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미스틱스토리도 2025년까지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2021~2025년 추정 영업이익 규모는 5억~53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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