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은 지난 6월 말 자회사 현대C&R을 통해 사회적 투자기업 HG이니셔티브(HGI)를 인수했다. 이곳은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 씨(
사진)가 만든 회사다. 정씨는 루트임팩트 등을 설립하며 소셜임팩트 투자의 큰 손으로 유명하다.
그 산하에 있던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 엠지알브이(MGRV)는 투자사인 HG이니셔티브로부터 주식 상여를 받아 독립했다. 주요 임직원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상여 지급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처분했다.
◇HGI 지분 222억원에 인수, 산하 5개 펀드도 관계기업 편입
현대해상은 지난 6월 30일 자회사 현대C&R을 통해 HGI 지분 100%를 인수 완료했다. 인수금액은 222억원으로 이 가운데 9억원이 영업권으로 인식됐다. 클린 에너지와 친환경 솔루션, 바이오 헬스케어와 교육·돌봄, 포용적 주거와 포용적 금융 등 지속가능분야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회사다.
현대해상은 HGI의 손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에 따라 HGI 휘하에 있던 △에이치지이니셔티브 시몬느임팩트 제1호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합자회사 △에이치지이니셔티브 글로벌 헬스케어 펀드 1호 △케이디비 대성-HGI 그린 임팩트 투자조합 △메가-HGI 더블임팩트 투자조합 △신한-HGI 사회적기업 투자조합 등 5개 펀드가 관계기업으로 들어왔다.
인수목적은 '신성장 전략 추진'이지만 HGI는 현대해상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외아 정경선 씨의 손길이 어린 회사이기 때문이다. 1986년생인 정씨는 재벌가에서 독특한 행보로 유명하다.
2012년에 사회혁신가(체인지메이커)를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서울 성수동에 혁신가를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인 헤이그라운드를 만들었다. 2014년엔 임팩트 투자와 사회적 목적의 부동산 개발을 하기 위해 HGI를 만들며 성수동 소셜밸리를 일궜다.
이전에는 루트임팩트 대표와 HGI 대표를 맡았지만 지금은 후임들에게 넘겨준 상태다.
◇HGI 부동산 디벨로퍼 MGRV는 주식 상여로 독립시켜
HGI 편입에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HGI 산하에 있던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 MGRV의 처분이다. 상반기 중 보유지분 30.58% 가운데 14.63%(9만2000주) 매각으로 현대해상의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주식 증여의 형태로 독립했다.
MGRV는 지난 2월 투자사인 HGI로부터 주식 상여를 받아 최대주주가 조강태 대표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주식 상여는 MGRV 주식 일부 매각으로 투자 수익을 얻은 HGI가 MGRV의 성장을 견인해 온 조강태 대표를 비롯한 주요 임직원에게 성과에 대한 보상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도록 결정한 것이다. 이는 HGI 자체 컴퍼니빌딩 정책에 따라 결정됐다.
MGRV는 HGI가 컴퍼니빌딩을 하던 당시 부동산팀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2018년 HGI 자회사(당시 사명 더스페이스랩)로 출범했다. 컴퍼니빌딩은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투자사가 적극적으로 경영 전반을 지원해 성장을 돕는 기업 육성 방식이다.
MGRV는 부동산 임팩트 디벨로퍼로서 코리빙 브랜드 '맹그로브'를 기획·개발·운영하고 있다. 맹그로브의 연간 공실률은 5% 수준으로 안정적인 운영 성과를 나타냈으며 작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해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했다. 또한 최근 125억원 규모의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유치, 누적 투자액 325억원을 달성했다.
HGI는 앞으로 2대 주주(15.95%)인 만큼 지배력을 잃었지만 MGRV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형태로 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