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6년간 15조원 넘는 유상증자를 받아 레버리지를 일부 개선했다. LH의 부채 규모는 늘고 있지만 부채비율은 개선된 데는 유증 효과가 컸다. 아울러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 차입금이 후순위채로 전환돼 LH의 실질적 채무부담도 완화됐다.
LH의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의하면 2026년 이자보상배율 1.5배 이상, 부채비율 207% 이하, 매출총이익률 1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간·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공동사업 추진으로 사업방식 다각화, 사업비 절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 관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매해 증가한 유상증자, 정부 신용으로 시장성 조달도 수월 LH 같은 공기업의 딜레마는 공공성의 강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사기업처럼 수익극대화 전략을 꾸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에 민감한 국내 정서상 정부의 주택정책을 지원하며 공공주택관리의 영업손실을 감내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산 213조원 가운데 146조원이 부채(부채비율 218.73%)인 것도 이런 요인이 크다.
특히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업의 추진과 더불어 뉴홈(나눔형) 사업을 진행하면서 LH의 부채부담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당근도 있어야 했기에 정부 출자로 유증을 진행했다. 2017년 1조3514억원, 2018년 1조3876억원이던 유증 규모는 2019년 2조6700억원으로 2조원대를 넘었다. 이후 2020년 2조8493억원, 2021년 3조6533억원, 2022년 3조6065억원 등 6년간 총 15조5181억원의 자본확충이 이뤄졌다.
덕분에 LH의 자기자본은 2019년 말 기준 49조8269억원에서 지난해 말 67조232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부채총액이 126조6800억원에서 146조6172억원으로 증가했음에도 부채비율이 254.2%에서 218.7%로 개선된 효과가 나왔다. 이 기간 동안 LH의 영업마진을 쌓고 자산매각을 통한 회수로 자본을 축적하기도 했으나 증자 효과도 상당부분 기여했다.
이와 더불어 LH는 2010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보금자리주택사업 등 5개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2012년부터 국민주택기금 등 정부차입금이 후순위채로 전환돼 실질적 차입부담은 완화됐다. 아울러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 10조 2항에 따라 정부는 LH가 발행하는 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어 재무적 지원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정부 후광을 바탕으로 AAA급 신용등급을 가진 LH는 토지주택채권 등 공사채를 통해 시장성 조달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 가운데 절반가량인 81조원이 차입금이며 그 중 75조원이 장기차입금이다. 여기에는 공사채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 총자산 중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 비중인 차입금의존도는 38.2%에 이른다.
◇재무목표 맞추려면 부채 8조 줄이거나 자본 3조 이상 늘려야 작년 말 기준 45조원 넘는 주택도시기금이 후순위로 전환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법을 개정, LH의 법정자본금을 50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LH가 200% 넘는 부채비율에도 트리플 A 신용등급을 갖고 영위되는 이유는 결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다만 LH 역시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통한 부채 관리에 적극 나서라는 의무도 부여됐다.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의하면 2026년 LH의 재무목표는 이자보상배율 1.5배 이상, 부채비율 207% 이하, 매출총이익률 10% 이상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LH의 이자보상배율은 2.5배, 매출총이익률은 12.3%로 목표치를 이미 달성했다. 남은 관건은 부채비율이다. 218.7%를 207% 밑으로 낮추려면 현재 기준으로 146조원 넘는 부채를 138조7000억원 아래로 줄이거나 자기자본을 67조원에서 70조8000억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이 같은 재무목표 달성을 위해 LH는 민간·지자체 등과의 공동사업 추진으로 사업방식 다각화, 사업비 절감,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부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비 절감을 위해 작년 말 기준 판매관리비는 6188억원으로 전년(6581억원)대비 5.9% 줄였다. 다만 판관비율은 2.4%에서 3.15%로 상승했는데 매출액이 급감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