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이어져오던 '저금리의 시대'가 끝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25%에 불과하던 금리를 2년 새 5.5%까지 올렸다.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자금이동이 이어지면서 국내 LP들의 운용 전략도 바뀌고 있다. 대체 투자처를 다각화하고 고금리 우량채권에 관심을 가지는 곳들이 늘고 있다. 교과서와는 다르게 고금리 시장에서도 쏠쏠한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 섹터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고금리 뉴노멀의 시대, 국내 주요 LP들의 운용 전략을 더벨이 살펴본다.
바야흐로 '고금리의 시대'다. 미중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외부 변수로 잡히지 않는 물가에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는 불과 1년 사이에 금리를 525bp나 올렸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리자 국내 기관투자자(LP)의 채권 투자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현실은 정반대다. 연기금은 운용수익률이 물가상승률을 넘기지 못하면서 운용역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공제회들은 금리 상승에 따라 회비 지급율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급율 이상의 수익을 줄 수 있는 채권이 시장에 마땅치 않다. 결국 연기금들은 벤치마크 변경을 시도하거나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에 집중하고 있다. 공제회들도 기존에 비중이 높던 대체투자 상품을 좀 더 다각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금리 높여도 잡히지 않는 물가…LP 운용 전략 변화 바람
Fed는 지난 9월 19~20일 진행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불과 1년 사이 0.25%에 불과하던 기준금리를 5%대로 올린 영향으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같은 기간 225bp 끌어올렸다.
국내에서도 여러 외부 변수들 때문에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아무리 금리를 높여도 잡히지 않는 물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분쟁 등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된 영향이 크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향후 유가가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내 연기금들과 공제회들은 각각 운용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연기금들은 성과급 규정을 개선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에는 최근 3년간 평균 운용수익률이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아야 운용역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됐다.
최근에는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운용수익률이 이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국민연금기금의 작년 한 해 금융부문 수익률은 -8.24%다. 올 한 해 금융부문 수익률은 연환산 시 9.58%로 예상된다. 단순 합산하면 1.34%가 된다. 반면 작년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집계됐다. 올해도 매월 약 3~5% 수준이다.
결국 기금위원회는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보상지침 개정안을 의결하기에 이르렀다. 해당 기준은 최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최근 국내 LP들의 해외투자 비중이 5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국내외 자산의 평가 비중을 동일하게 8%로 조정했다.
◇연기금, 기존 성과급 지급 기준 폐지
자산 비중이 45.1%인 주식의 경우 벤치마크 변경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유가증권 우량주로 이뤄진 코스피200만으로는 투자수익 극대화와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코스닥100 등 다양한 대안이 떠오르고 있다.
공제회의 경우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채권 투자는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보다는 기존에 비중이 높던 대체투자 상품을 다각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금리가 오른 만큼 급여율 상승도 가파르기 때문이다. 급여율은 공제회가 회원들의 저축금에 지급해야 할 이자율을 뜻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경우 지난 7월 장기 저축 퇴직급여율을 기존 연 복리 3.74%에서 3.80%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기간 행정공제회는 3.55%에서 3.85%로, 군인공제회는 3.60%에서 3.85%로, 경찰공제회는 3.58%에서 3.75%로 올렸다. 군인공제회의 경우 역대 최대폭에 해당한다.
상승된 지급율 이상의 수익을 줄 수 있는 고금리 채권이 필요하다. 다만 마땅한 상품이 없다는 점이 현실이다. 공제회는 주로 AA0 등급 이상 회사채나 AAA급에 해당하는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등을 매입한다.
국내 AA0 등급 이상 기업들이 주로 발행하는 3년물 회사채의 경우 최근 발행금리가 4% 중반대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우리은행처럼 신종자본증권 금리가 6%대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지만 건수가 적은 만큼 마땅한 투자처라고 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국내 LP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연기금과 공제회가 채권 이외 상품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며 "공제회의 경우 지급율이 사실상 벤치마크인데 채권 투자보다는 대체투자 상품을 다각화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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