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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이재용 회장의 1년

감시자조차 인정한 컨트롤타워, 난제 해법 가시화하나

⑤[지배구조]지분구조 정리 '장기과제' 탓 필요성 지속 제기, 형태·인적 구성 등 관전포인트

김경태 기자  2023-10-12 16:37:59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부회장 직함을 떼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4대그룹 총수 중 가장 늦게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회장으로 올라선 이후로도 진행된 공판은 여전히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이 회장은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도 틈날 때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 글로벌 행보로 사업을 챙겼다. 향후 삼성의 기조를 전망할 수 있는 언급들도 내놨다. 회장 취임후 1년은 '재판, 글로벌, 기술, M&A, 지배구조'의 5가지 키워드로 집약된다. 완성체 삼성을 향해가는 ‘프로토타입’일 수 있는 이재용 회장 체제 1년을 돌아보고 향후 삼성의 행보를 키워드를 통해 가늠해본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린 뒤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은 해체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가 생기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직후에 관련된 공개적인 움직임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아직은 없다.

삼성 입장에서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아직 지속되고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의 부활은 시점의 문제로 인식된다. 최적의 타이밍은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 악화로 대규모 적자를 거두고 있다. 글로벌 경제 상황도 위기다. 삼성 주요 계열사의 준법 경영을 감독·자문하는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조차 삼성그룹의 지분구조 완비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의 사업지원TF를 넘어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면 어떤 형태와 인적 구성을 갖추게 될지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또 과거 수요사장단 회의처럼 지금의 체제를 보완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가시화될지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준감위도 인정한 컨트롤타워 필요성…무르익는 '최적 타이밍'

고 호암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그룹은 그룹의 조타수 역할을 맡을 컨트롤타워를 운영했다. 1959년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참모들을 모아 '비서실'을 만들었고 후대로 명맥이 이어지게 된다. 비서실은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을 거쳐 미전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삼성의 컨트롤타워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을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던 시기에도 미전실이 중요한 지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격변한다. 이 회장은 같은 해 12월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언급한 뒤 실행에 옮겼다. 삼성그룹은 2017년 2월 28일 미전실 해체를 포함한 5대 쇄신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렇게 삼성그룹의 조타수 역할을 하던 미전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미전실 해체는 곧 삼성그룹의 해체라는 분석이 쏟아졌다. 이는 삼성그룹이 국내 1위 대기업집단이지만 지분 구조가 완전히 정비되지 못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4대그룹 중 LG그룹과 SK그룹은 지주사 체제다. 오너 경영자와 지주사의 고위 관계자들이 그룹의 방향성을 잡고 계열사 간 조율에 나서면 된다. 아직 지분 구조가 정비되지 않은 유사한 곳으로는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이 있다. 다만 현대차의 기획조정실을 필두로 계열사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삼성그룹이 지분구조를 정리하면 되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현재에 이르게 됐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됐다. 이 회장이 작년 8월 15일 특별사면을 받은 뒤, 지난해 10월 27일 회장에 취임한 후 관련된 목소리는 점차 거세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감독하는 준감위조차 컨트롤타워를 인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올 들어서도 삼성그룹의 지분구조 정리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이며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그는 올 8월 공개된 준감위 연차보고서에서 "수직적 지배구조의 개선과 관련하여서는 아직도 명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위원회와 회사 모두 다양한 모델을 연구 검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훗날 삼성그룹의 지분구조가 완비된다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계열사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면 된다. 하지만 그 전까지가 문제다. 컨트롤타워가 없다면 계열사 간 각자도생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단점이 부각되기 쉬운 구조다.

중견그룹이라면 지분구조가 완비되지 않더라도 각 계열사가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그룹의 통일된 비전을 실행하는 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재계 1위이며 삼성전자는 세계 1등 기업이다. 애플·구글·인텔·TSMC 등 글로벌기업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반도체, 모바일, 가전 시장의 최상위에 군림하는 공룡기업이다. 계열사들도 각자가 속한 업계에서 최상위권인 대기업들이다. 그만큼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구조다.

◇컨트롤타워 '형태·인적구성', 사장단회의 정례화 주목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에서 2017년 이후 눈에 띄게 언급이 줄어든 단어로는 '그룹'이 꼽힌다. 이는 미전실 해체가 곧 삼성그룹의 해체였다는 분석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삼성그룹은 '실존'하고 있지만 삼성 계열사들은 최근에도 그룹이라는 단어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

컨트롤타워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이 조심스러운 배경으로는 이 회장의 재판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지목된다. 작년 8월 최순실 게이트에 관해서는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공판은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컨트롤타워 필요성은 감시자조차 인정하는 문제이지만 쉽고 느슨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 어떤 사안보다 정치한 준비와 실행 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삼성이 신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분 구조가 정리되지 않아 지주사 또는 실질적 지주사가 없는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형태로 만들어질지 여부가 중요하다. 인적 구성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그간 삼성 안팎에는 미전실 해체 후 운영된 3개 TF를 통합·강화해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 방안이다. 현재 전자 계열은 사업지원TF, 건설 계열은 EPC경쟁력강화TF, 금융계열은 금융경쟁력제고TF가 맡고 있다. 삼성 내외부에서 사업지원TF의 권한이 이미 막강하다는 평가도 있으나 3개 TF로 분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전 미전실보다 큰 권한과 책임이 부여됐다고 보기 어렵다.


3개 TF를 통합하거나 또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경우 이는 결국 인사의 문제와 연결된다. 현재 사업지원TF는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EPC경쟁력강화TF는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 금융경쟁력제고TF는 박종문 삼성생명 사장이 맡고 있다.

이 회장이 3개 TF장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지도 고도의 용인술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통합 TF의 수장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통합 과정에서 각 TF의 성과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이뤄지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있다. 또 과거 컨트롤타워처럼 각 계열사와의 유기적인 수직 관계 설정도 별 탈 없이 진행해야 한다.

과거 수요 사장단 회의의 부활도 하나의 방안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삼성그룹은 2017년 초까지만 해도 수요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오전에 모여 외부 전문가의 강연을 듣거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중단됐다. 삼성은 이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다. 지난해 9월과 12월에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경기 용인 인재개발원에 모였는데 형식이 수요 사장단 회의와 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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