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하이존모터스(Hyzon Motors)는 고려아연이 야심차게 투자한 미국 수소트럭 제조사다. 2020년 10월 최초로 58억원을 출자한 뒤, 불과 3개월 뒤에 추가로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CB는 2021년 7월 하이존모터스 나스닥 상장과 함께 주식으로 전환했다. 잇딴 투자에서 보여주듯 하이존모터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최초 출자와 CB 전환 등으로 획득한 하이존모터스 지분 3.6%에 대해 취득원가를 1057억원으로 밝히고 있다. '다른 기업'에 대한 역대 투자 사례 가운데 손에 꼽히는 규모다. LG화학과 ㈜한화 투자 규모가 더 크지만 이는 자기주식 교환을 통해서다. 1500억원 출자한 케이잼은 직접 설립한 동박 자회사다. 하이존모터스와 태생이 다르다.
◇하이존모터스, 올해 2개 분기 연속 '매출액 0'...상장폐지 위기 맞기도
이런 기대감에도 최초 투자한 지 4년째를 맞는 올해에도 뚜렷한 성과물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하이존모터스 매출액은 372만6000달러로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1억7279만달러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70% 이상 늘었다. 현금창출력을 가리키는 에비타(EBITDA)도 -1억6909만달러로 전년 대비 악화했다.
새로운 산업에 뛰어든 기업이기 때문에 낮은 수익성은 불가피하더라도 성장성만이라도 증명한다면 지속해서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올해도 성장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하이존모터스가 발표한 2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액 '0달러'를 기록했다.
우려되는 점은 올들어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예년보다 줄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성장성 확보를 위해 필수투자 규모를 늘려야 함에도 올해 1분기와 2분기 CAPEX로 각각 146만달러와 122만달러를 지출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현금창출력이 없다시피한 상황에서 현금 고갈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시장 반응도 차갑게 변했다. 심지어 지난 5월 하이존모터스는 상장폐지 경고를 받기도 했다. 나스닥 상장 유지 조건 중 하나가 '30거래일 연속 주가 1달러 이상'이다. 바꿔 말해 30거래일 연속 하이존모터스 주가가 1달러 밑이었다는 얘기다. 지난 7월 1달러대를 회복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시장 기대치는 크게 떨어졌다.
◇장부금액, 취득원가 대비 9분의 1로 떨어져...호주에 수소트럭 인도는 '고무적'
하이존모터스의 주가 하락은 고스란히 고려아연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은 하이존모터스 지분 3.6%의 장부금액을 112억원으로 보고했다. 1050억원이었던 취득원가 대비 9분의 1 수준으로 지분가치가 하락했다. 이 차이(미실현손익 누계액)는 고려아연 자본총계를 감소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수소트럭을 포함한 수소 산업에 대한 투자는 수년 뒤가 아닌 수십년 뒤를 보고 이뤄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소(그린수소) 생산 사업에 뛰어든 고려아연도 2050년 'RE 100' 달성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RE 100이란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그렇기 때문에 수소산업에 대한 투자 결과는 더 큰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많은 기업의 입장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하이존모터스는 매출액을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기존 계약에 따라 수소트럭 10대를 배치했고 올해 연말까지 추가로 5대를 인도할 계획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차근차근 성장하는 점에 고려아연은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고려아연이 호주에 조성하는 수소산업 생태계에 하이존모터스도 발을 담그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존모터스가 공급한 수소트럭 10대 가운데 7대가 모 호주 업체에 인도돼 현재 최종 현장 승인 단계를 밟고 있다. 고려아연은 계열사인 아크에너지(Ark Energy Corporation Pty Ltd.)를 통해 호주에서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