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SK가스는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유통 사업자 중 국내 1위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지만 시장의 주목도가 큰 편은 아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72.2%로 높은 구조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 자체가 적은 데다가 주력 사업인 LPG 사업 자체가 관심이 몰려있는 성장산업 섹터가 아니었던 영향으로 보인다. 이같은 요인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거래량 자체가 1만건 안팎으로 낮은 수준으로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SK가스의 주가가 19일 오후 2시30분 기준 전일 종가 대비 9.35% 치솟아 관심이 모인다. SK가스가 발표한 성장 비전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SK가스는 LPG 사업의 확대 및 발전·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의 본격 가동, 수소 사업 추진 등을 통해 2025년 5000억원의 세전이익을 거두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SK가스는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반응해 주가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인 것은 SK가스가 제시한 성장 비전 및 실적 목표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당 기준 변경, '별도당기순이익→연결지배주주순이익'
내년부터 적용되는 배당 정책에 따라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이 확대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진다. 기존 SK가스는 별도 당기순이익의 20~40% 사이에서 배당금을 결정해왔다. 이 기준은 2023년도 배당까지 적용된다. 배당을 결정하는 기준을 늘리겠다는 것이 SK가스가 발표한 새로운 배당정책의 골자다. 내년부터는 별도 당기순이익이 아닌 연결지배주주순이익(비경상적인 이익 제외)의 25%로 배당금을 책정한다.
별도 당기순이익에 더해 울산GPS·코리아에너지터미널 등 SK가스의 자회사로부터 발생하는 순이익도 배당의 기준으로 포함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내년을 시작으로 SK가스 및 자회사의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는 점이 희소식이다.
SK가스가 지분 99.5%를 보유 중인 울산GPS는 2024년 9월부터 LPG·LNG 복합발전소의 상업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또 내년부터 택배·통학차량 용도의 경유자동차 신규 등록이 금지되며 포터·봉고 등 1톤 트럭 경유모델의 생산도 중단된다. 이에 따라 LPG 1톤 트럭의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SK가스가 지분 47%를 확보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과 지분 45%를 들고 있는 롯데SK에너루트 등을 통해 수소 경제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내년부터 배당의 기반이 되는 SK가스 및 자회사의 순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만큼 전반적인 배당 규모 또한 확대될 것이 유력하다.
별도 당기순이익의 '20~40%'에서 연결지배주주순이익의 '25%'로 배당에 책정할 기준의 최대치가 줄어들기는 했다. 다만 현재 배당정책이 적용된 2020년, 2021년을 살펴보면 별도 당기순이익의 21% 수준에서 총배당금이 책정돼왔다. 이를 감안하면 배당성향 최대치가 줄어든 점 자체는 배당정책 변화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배당성향이 25%로 고정되며 배당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인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경우 추가적인 주주환원을 검토한다는 것이 SK가스의 계획이다. 현금배당 또는 자사주 정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확대된 주주환원, 기업가치에 반영될까
SK가스는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자회사 등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 성과를 주주환원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신사업의 밸류에이션을 확실하게 평가받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같은 새로운 주주환원이 SK가스의 기업가치 상향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가스의 기업가치는 느리지만 꾸준히 우상향했다. 지난 2020년 초 7624억원 수준이었던 SK가스의 시가총액은 19일 오후 기준 1조3600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3년 9개월에 걸쳐 꾸준히 주가가 78% 오른 셈이다.
그럼에도 가야할 길은 멀다. SK가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4배로 낮은 수준이다. PBR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장부상의 기업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뜻으로 시장에서 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SK가스 측은 "LPG 사업의 경쟁력 제고 및 신규사업 추진 통해 수익성·성장성을 강화하고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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