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은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체제의 그룹 계열사라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오너 2세인 서경배 회장(
사진)이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 대표로 위치한다.
반면 LG그룹의 오너 4세인 구광모 회장은 LG생활건강 이사회와 임원 현황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LG의 경영지원부문장인 하범종 사장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구도이지만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오너경영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이러한 경영구도는 그룹사 내 화장품사업이 지닌 위상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화장품이 그룹의 모태이자 주력 사업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모레의 지주사 전환과 사익편취 대응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사익편취 규제 강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간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에 따르면 2021년부터 계열사가 1개씩 매년 줄어 올해 12개가 됐다.
구체적으로 2021년 2월 화장품 용기 제조 계열사 퍼시픽글라스(현 베르상스퍼시픽) 지분 60%를 프랑스 향수·화장품 유리병 제조업체 베르상스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퍼시픽글라스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에서 관계사로 전환됐다.
같은 해 9월에는 메디뷰티 브랜드 에스트라를 ㈜아모레퍼시픽에 흡수합병시켰다. 이를 통해 더마 코스메틱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것이 ㈜아모레퍼시픽의 설명이었다. 업계에서는 2021년 말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강화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 대응책으로 해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인 경우 규제 대상에 올렸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이 20%인 상장·비상장와 이들이 50%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로 범위를 넓혔다.
2022년에는 프랑스 아모레퍼시픽그룹 자회사 퍼시픽패키지(현 오타종패키징퍼시픽)를 프랑스 포장재 기업 오타종에 매각했다. 퍼시픽패키지는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패키징을 맡아온 계열사였다. 대부분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가 지배구조 개선 대상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6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5년 만에 지배구조를 손 본 셈이다. 당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태평양을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과 사업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으로 분할했다.
◇분할 신설 LG생활건강, 전문경영인 체제확립 LG생활건강은 LG그룹의 모태가 된 생활용품 등의 사업을 맡고 있지만 법인은 2001년 그룹 지주사가 출범하면서 설립됐다. LG그룹은 LG화학을 LG화학(석유화학·산업재·정보전자소재 사업부문)과 LG생활건강(생활용품·화장품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했다.
이를 토대로 지주사 LG가 LG생활건강의 지분 34.03%(2023년 6월 말 기준)를 소유한 형태가 완성됐다. 분할 전 LG생활건강 대표로 구본무 선대회장이 재직했다. 그러다 2002년 조명재 전 대표가 등극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최석원 전 대표가 2005년까지 LG생활건강을 이끌었다. 조 전 대표와 최 전 대표의 공통점은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이다. 먼저 조 전 대표는 1969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입사해 1997년 LG생활건강 CU장으로서 역할했다. 최 전 대표는 1976년 럭키로 입사한 인물이다.
전격적인 변화가 일어난 건 차석용 전 대표가 LG생활건강 경영을 해나간 2005년부터다. 특히 그는 미국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한국P&G총괄사장, 해태제과 대표이사를 지낸 외부 수혈 인사였다. 그동안 내부 출신이 대표를 맡은 것과 다른 결이다.
이를 통해 LG생활건강은 인수합병(M&A)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몸집을 키워나갔다. 생활용품·화장품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음료사업을 추가하면서 사업 ‘삼각편대’를 이뤄낸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는 다시 내부 출신 임원인 이정애 대표체제(
사진)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