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지주사 수익구조 점검

롯데지주, 현금유입 넘어선 지출...무거워진 차입금 부담

③배당수익 등 안정적인 캐시플로우, 신사업 바이오투자 등 자금소요 증가

박규석 기자  2023-09-11 13:33:16

편집자주

지주사는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수익과 상표권 수익, 경영자문 수수료, 임대 수익 등이 주요 수익원이다. 지주사의 역할인 경영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을 위해서 이러한 수익구조는 안정적으로 구축·관리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룹 지주사 별로 차지하는 수익원의 비중 등은 각기 다른 형태다. THE CFO가 주요 지주사의 수익구조와 그 기반이 되는 계열사들의 현황,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등을 점검한다.
롯데지주는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배당금 수익 등을 기반으로 현금창출을 유지하고 있다. 지주사 운영에 필요한 영업비용 규모가 크지 않아 경상적인 현금흐름 또한 안정적이다. 이는 롯데그룹의 신사업 투자 등을 주도하는 롯데지주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익성이 안정적인 것과 달리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부담이 매년 가중되고 있다. 계열사 관련 자금 소요가 자체적인 현금 창출력을 넘어서면서 차입금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그룹 신사업의 일환으로 바이오 사업 진출에도 적지 않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어 롯데지주의 중장기적인 재무건전성 제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계열사 유증 참여 등 지분투자 확대

롯데지주는 2017년 10월 지주사 전환 이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집중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 해소와 더불어 금융계열사 분리 등이 순차적으로 단행됐다. 계열사들의 크고 작은 합병이 추진됐으며 지주 차원의 지분 확보 등이 병행됐다.

2018년의 경우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를 위해 2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를 통해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했던 롯데케미칼 지분 797만주(지분율 23.2%)를 확보했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던 만큼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금융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며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보충했다. 그 결과 금융계열사 분리와 롯데케미칼 지분 확보를 한 번에 매듭지을 수 있었다.


다만 롯데케미칼 인수 등 이후로도 계열사와 관련된 자금소요가 계속되면서 롯데지주의 차입금 부담은 가중됐다.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 취득과 자금 지원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1956억)과 롯데칠성음료(915억), 롯데글로벌로지스(594억), 옛 롯데푸드(555억), 캐논코리아(656억) 등의 지분을 꾸준히 늘렸다. 계열사 자금 지원 차원에서는 롯데자산개발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091억원을 수혈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후로도 계열사를 위한 자금 지원과 그룹 차원의 신사업 진출, 사업 보강 등이 병행되면서 차입금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2022년 4월 코리아세븐의 유증에 참여하며 3984억원을 사용했다. 코리아세븐의 미니스톱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4월과 6월에는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을 위해 각각 700억원과 1789억원이 투입됐다. 올해 1월에는 롯데케미칼 유증에 참여하며 2939억원을 지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 등의 지원을 받아 국내 2위 동박 제조업체인 일진머티리얼즈(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했다. 롯데케미칼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투입한 자금은 2조7000억원 규모다.


◇차입금 4조 돌파...가중된 재무부담

지주사 전환 이후 지속된 계열사 지원 등은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 제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 수익과 상표권 수수료, 경영지원 수익 등을 넘어서는 자금소요가 발생해 차입금이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롯데지주의 개별 기준 연간 차입금은 2019년 1조5000억원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듬해 2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반기 기준으로는 4조1000억원 규모다. 순차입금의 경우 2019년 1조2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말 3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는 3조4000억원이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롯데지주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23년 6월 말 기준으로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7000억원 규모다. 자체적으로 창출 가능한 현금이 연간 1200억원 규모인 만큼 향후 1년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82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하지만 6월 말 기준 만기가 1년 미만인 금융부채 등이 1조9000억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체적인 유동성으로 이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롯데지주는 투자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제고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실제 롯데지주는 신사업의 일환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국내외 의약품 생산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 지원이 예정돼 있다. 올해 4월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1700억원의 출자가 계획돼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현금성자산 등을 고려할 경우 관련 지원을 위한 외부조달 등이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주요 현금창출 창구가 배당금 수익인 가운데 핵심 계열사들의 수익성 제고 가능성도 녹록치 않다. 배당금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석유화확 부문의 사업변동성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중국 리오프닝 이후 전방 수요 개선폭이 예상보다 느린점 등이 이익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쇼핑 또한 백화점 부문은 수익성 개선 기조를 띄고 있지만 할인점과 수퍼 부문의 경우 엔데믹 전환으로 내식수요 감소가 예상돼 향후 업황 개선 등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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