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만기가 1년에 가까운 CP를 발행했다. 최근 하향조정된 신용등급 등을 고려했을 때 수요예측이 필요없는 CP를 최적의 조달수단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363일물 CP를 31일 500억원, 28일 1000억원 총 1500억원 발행했다.
롯데지주는 그룹 신사업인 바이오산업 주체인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지분 80%를 보유한 만큼 지원의 첨병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6월 항체 의약품 생산을 위한 메가 플랜트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송도에 3개의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는 내용으로 2030년까지 총 3조8000억원이 쓰인다. 이에 앞서서는 출범과 함께 미국 시러큐스시에 있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나섰다.
◇6월 말 신용등급 하향, 공모채 수요예측 부담됐나 롯데지주로서는 올해 6월 말 신용등급이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된 만큼 공모 회사채 발행에는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발행사들은 통상 등급하락 직후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부담을 느낀다"며 "등급하락 이후 보통 6개월 정도 냉각기를 가진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롯데지주 등급변경의 이유로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향, 롯데지주의 재무부담 가중 등을 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등 지주회사로서 구조적 후순위성 강도가 이전 대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3월말 롯데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64.5%다.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되면서 2019년 131.3%, 2020년 136.0%, 2021년 143.6%, 2022년 158.2% 등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사의 자회사 출자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100%를 넘으면 출자가 지주사의 부채를 통해 이뤄졌다는 뜻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별도 손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을 목표로 설정하는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수반되는 자금부담 확대 가능성 또한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지주의 유동성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성 차입금과 CAPEX, 배당금 및 이자비용, 자회사 증자대금 등 2.2조원의 자금소요를 충당 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3년 3월 말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은 약 8800억원이다. 연간 영업을 통한 현금창출규모가 1200억원 내외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1년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원천은 1조원 내외다.
◇롯데지주, CP 주요 차입처로 활용 롯데지주는 이전부터 CP를 주요 차입수단으로 활용해왔다. 수요예측이 필요없다는 점, 양호한 금리조건으로 조달한 경험이 있는 점, 발행비용이 적은 점 등이 그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4월에는 2년물 700억원, 2.5년물 400억원, 3년물 10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금리는 개별 민평대비 낮은 수준으로 설정됐다.
롯데지주는 올해 들어 역대급 차입 규모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금리조건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올해 3월 말 롯데지주의 별도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조2394억원이다. 2023년 1월 롯데케미칼은 일진머리티얼즈 인수자금 조달 등을 위해 1조2150억원의 유상증자를 시행했는데 롯데지주는 2939억원을 출자했다. 2023년 중 롯데바이오로직스 유상증자에 1700억원의 추가 출자도 진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차입규모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7월 말 발행한 CP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며 "금리는 높지 않은 수준으로 설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