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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포트폴리오 리포트

반등 없는 SK동남아투자법인, 자산 매각 나설까

②빈·마산 그룹 실적 하향세 뚜렷…베트남에 집중된 자산 다른 지역에 분산할 수도

이호준 기자  2023-09-06 16:11:18
SK

편집자주

'투자형 지주사'라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마음껏 투자에 전념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계열사 지배와 관리는 물론 그룹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일 역시 소홀히해선 안 된다. 이 분야 선두주자인 SK㈜의 고민도 여기에서 온다. 똘똘하게 투자해 제때 엑시트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자금 사정이 대체로 나빠진 현시점엔 일단 손에 쥐고 있는 걸 터는 수밖에 없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투로와 쏘카, 그리고 왓슨까지. 다음으로 시장에 나올 자산은 무엇일까. 매각 시계가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 SK㈜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벨이 조명해 본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SK그룹이 몇 년째 공들여 돈을 부어 온 곳이다. 그룹 차원에서 투자법인까지 꾸려가며 베트남 재계 1, 2위인 빈·마산 그룹에 조 단위 현금을 투자해 왔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침체의 터널은 길어지고 있다. 예컨대 그룹 차원에서 설립된 SK동남아투자법인은 2018년 설립 이후 흑자를 낸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핵심 투자 대상인 빈·마산 그룹의 실적 역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매각 후보로 동남아 투자 자산들이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배경이다.

◇투자법인, 3년째 적자…핵심 자산들의 실적 하향세 뚜렷

SK그룹의 동남아 시장 진출 전진기지는 'SK동남아투자법인'이다. 지난 2018년 이후 SK㈜를 비롯해 SK E&S·SK하이닉스·SK텔레콤·SK이노베이션 등 5개사가 2억달러씩 출자해 설립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5명 안팎의 인원들로 구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쓴 돈만 3조원에 육박한다. 일단 투자처가 굵직굵직하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 빈 그룹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 식음료·유통기업인 마산 그룹에 4억7000만달러(약 5300억원)를 투입해 각각 지분 6.1%와 9.3%를 확보했다.

이밖에도 마산 그룹의 유통 지주인 크라운엑스(3486억원)와 유통 전문 회사 빈커머스(4577억원) 등에도 투자를 진행해 왔다. 여기에 베트남 제약회사 '이멕스팜', 말레이시아 핀테크 사업자인 '빅페이' 등 유망 기업들에도 돈을 대며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단위: 백만원, 사업보고서

문제는 성과에 있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실적이 공시되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연간 실적에서 이익을 낸 사례가 없다. 2019년 45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로 2020년 54억원, 2021년 52억원, 2022년 25억원의 영업손실만 매해 기록해 온 상황이다.

주요 투자 자산의 실적 하락 때문으로 보인다. 예컨대 빈 그룹은 2019년 38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지만 이듬해 2600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엔 아예 3753억원의 손실을 냈고 작년엔 1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실적 하향세 만큼은 뚜렷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마산 그룹은 식음료·유통 사업이 코로나 특수를 누리며 2021년 5040억원을 당기순이익으로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2619억원을 기록하며 코로나 종료에 따른 현실을 체감했고 올 상반기엔 겨우 241억원만 건지며 급감한 이익을 보였다.

◇동남아시아 성장성은 고려돼야…최태원 회장의 호감도는 상당

이러한 상황에 따라 동남아 투자 자산들에 대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신규 투자 및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내리막길을 걷는 투자 자산들을 굳이 들고 있을 이유가 있냐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말 일부 언론에서 SK동남아투자법인의 자산 매각 소식이 흘러나왔다. 매각 결정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당시 SK그룹은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일환"이라며 상황을 인정했다. 지난해 동남아 지역에 대한 신규 투자가 없었단 점도 설득력을 더했다.

다만 일각에선 동남아의 성장성을 고려하면 쉽사리 매각을 진행할 순 없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동남아는 코로나로 전 세계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던 중에도 성장세를 이어간 지역이다. 주요 투자처들의 부진이 '일시적'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음.

동남아 시장에 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호감도 역시 상당한 수준이다. 예컨대 최 회장은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이 진행된 지난 6월 하노이에서 "베트남은 '효율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SK동남아투자법인은 동남아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라며 "규모를 대폭 줄이긴 어려울 것 같아도 베트남에 치중된 피투자 자산 일부를 선택적으로 매각해 다른 지역에 대한 재투자 재원으로 쓸 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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