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이 2022년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아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차입을 늘리는 전략을 실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섬의 2022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기준 누적 매출 1조903억원, 영업이익 119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40억원의 유출이 발생했다. 한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유출이 일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악화된 데는 운전자본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운전자본이란 매출채권에 재고자산을 더한 뒤 매입채무를 뺀 금액이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재고자산이 급증했다.
한섬은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재고자산이 전년 동기대비 21.6% 증가해 총 5597억원 가량의 재고를 쌓아둔 상태다. 3년간 4000억원대를 유지했던 한섬의 재고자산이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처음이다.
재고자산 항목을 들여다보면 상품과 제품만 총 45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6% 증가했다. 한섬 관계자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요 제품 생산 일정을 당겨서 재고자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운전자본의 영향으로 영업활동 창출된 현금이 줄어든 가운데 법인세 비용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수년간 200억원대를 상회하던 법인세 납부액이 472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한섬 측은 2021년에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게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영업활동으로 현금이 유입되지 않자 이를 대신해 재무활동으로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단기차입금이 대폭 늘어났다. 2022년 3분기 단기차입금이 1855억원을 유입시켰다. 같은 기간 133억원의 부채를 상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1722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선제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뒤 단기 채권, 주식, 증권 등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활동을 보였다. 실제 투자활동 현금흐름 중 당기손익-공정가치 금융자산에만 2180억원을 투입했다.
이에 대해 한섬은 먼저 자금을 차입한 뒤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전 금융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리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무활동으로 현금을 유입시킨 후 이를 현금화하기 수월한 금융자산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신사업 관련 투자 보폭을 넓힐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13개 보유중인 수입 브랜드를 올 한해 20여개로 늘리며 경쟁력 제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에는 프랑스 랑방그룹의 전략적투자자로 나서 800만 달러(약 11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섬 관계자는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거나 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 투자를 할 계획"이라며 "특히 올해에는 해외 브랜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