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1년물 장기 CP를 확대하고 있다. CFO인 강종원 상무는 실적부진이 시작된 지난해부터 6개월, 1년물 CP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1일 1000억원 규모의 364일물 CP를 발행했다. 올해 들어 7월에는 275일물 1100억원,5월에는 180일물 1000억원을 발행했다.
2021년 이전까지 차입금과 현금 및 금융상품의 균형을 유지해왔던 롯데케미칼은 실적부진이 본격화된 2022년부터 1년물 CP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2022년은 롯데케미칼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부진에 빠진 해다.
강종원 상무는 실적악화와 투자부담 확대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 속에서 투자재원 조달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는 그 수단 가운데 하나로 180일물 이상 CP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강 상무가 롯데케미칼이 신용등급 강등에 이어 추가로 하향 검토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만큼 공모채 조달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롯데케미칼은 2030 비전 달성을 위한 전지소재사업, 수소에너지 및 리사이클사업 등을 위해 올해 총 6조4000억원, 향후 몇 년간 3조원씩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강 상무는 2020년 말 임원인사를 통해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선임된 인물로 기존에 회사의 사업 재편을 재무전략으로 뒷받침해왔다. 1993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으로 입사한 강 상무는 20년 가까이 재무 관련 부서에서만 근무한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신용등급 전망이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조정된 데 이어 올해 6월20일에는 신용등급 자체가 'AA, 안정적'으로 강등됐다. 신평사들은 업황 부진에 따른 영업수익성 저하, 대규모 인수자금 지출 및 설비투자로 인한 차입부담 확대, 단기간 내 재무안정성 회복 가능성 희박 등을 이유로 들었다.
회사채 시장에서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올해 3월 5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주문을 확보했다. 롯데케미칼은 금리희망밴드를 개별 민평금리 기준 -30bp~+50bp로 제시했는데 2년물 30bp, 3년물 50bp, 5년물 5bp에서 물량을 채웠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 이어 상반기까지 부진한 실적을 이어가는 등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반기 매출 9조 9347억원, 영업손실 1032억원, 순이익 86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 매출 5조24억원, 영업손실 770억원, 순손실 1403억원을 거두며 상반기 적자의 대부분이 발생했다.
이 영향으로 롯데케미칼의 6월 신용등급은 하락했음에도 여전히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하향검토요인을 건드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실적부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원가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 비용의 78.8%를 차지하는 기초소재 가격은 2022년보다 모두 낮아졌다. 특히 44.3%의 점유율로 단일 원재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프타의 가격은 2021년 수준까지 낮아졌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원가부담이 커진 가운데 대규모 CAPEX, 계열사 지원 등을 단행한 것의 영향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CAPEX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2020년 8045억원, 2021년 7753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밖에도 동박 제조기업 일진머티리얼 2조7000억원 인수하고 자회사 롯데정밀과 함께 롯데건설에 총 9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지원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