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지오센트릭이 11일 만기가 도래하는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한다.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신용등급이 하락할 만큼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IB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11일 만기도래하는 2300억원의 회사채 가운데 1600억원을 상환한다. 나머지 700억원은 앞서 1월 발행했던 회사채로 차환한다.
SK지오센트릭이 차입금 규모를 관리하려는 데는 현재 신용등급 하락 검토지표로 제시된 차입금의존도에서 검토 기준을 넘어선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차입금의존도 35% 초과, 한국신용평가는 40% 초과를 하향검토 조건으로 내놨는데 SK지오센트릭의 차입금의존도는 2022년 말 34.2%에서 올 상반기 35.2%로 높아졌다.
SK지오센트릭은 수익성과 주요 재무지표도 좋지 못한 편이다. 업황 하락에 따른 영업현금창출 감소와 투자 부담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한 결과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부담이 이어지면서 최근 3년 간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6.5배를 넘어섰다.
재무지표 수준이 열악하다는 점은 각 신평사의 평가방법론 적용 결과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기업평가의 석유/정밀화학업 신용평가방법론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의 재무지표는 모두 등급보다 낮은 수준이다. EBITDA마진은 B, 순차입금/EBITDA는 BB, EBITDA/금융비용은 BBB, 차입금의존도와 부채비율은 A급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관련 지표에 AA 이상의 등급을 하나도 부여하지 않았다. AAA를 받은 매출, A를 받은 차입금의존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표는 BBB 이하를 받았다. 특히 조정EBITDA마진율은 CCC로 평가됐다.
◇석유화학시장 전망 어두워 석유화학시장의 상황이 나쁘다는 점도 SK지오센트릭의 부담요소로 꼽힌다. 두 신평사는 하향검토요인 조건 가운데 하나로 원가경쟁력 및 사업경쟁력 약화를 들었다. SK지오센트릭은 상반기 매출 6조8986억원, 영업손실 20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9.4%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상반기 부채는 8조10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4% 늘었다. 순차입금도 244.8% 늘어난 4조37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가 5일 진행한 석유화학기업 신용도 하향압력 관련 팟캐스트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2021년 말부터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유가상승, 글로벌 공급부담확대, 전방수요 둔화가 중첩되면서 주요제품 스프레드가 BEP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높은 중국의존도 및 가격경쟁력 약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국내석유화학산업의 최대수출시장으로 전체수출의 50% 가량을 차지한다. 2022년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강화로 인해 중국향 수요가 크게 위축되면서 국내 업체의 실적도 따라 부진했다.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이 높아지는 점도 우려요소로 지적됐다. 2019년 이후 중국에는 업스트림화학설비가 대규모 증설되고 중국산 범용제품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중국자급률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유입은 다른 지역에서 국내업체의 가격경쟁력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평가된다. 운송비증가, 고유가 기조에 따른 NCC의 수익성 저하로 국내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산제품 대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업체의 COTC(Crude Oil to Chemicals) 공정 석유화학제품 수율은 40~60%로 기존 공정 수율 8~10%보다 크게 높기도 하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9월18일 석유화학시장 전망을 냈다. 2024년 수급 회복 전망을 고려할 때 중장기 관점에서는 석유화학 산업매력도가 저하되면서 사업위험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 위험요인으로는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 추세,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및 자급률 상승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요기반 악화 및 동북가 경쟁강도 상승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