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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친환경 전환' 과도기 걷는 SK지오센트릭

뱡향족 비중 높아 적자 면해…업황 둔화에 플라스틱 재활용 투자 재검토

정명섭 기자  2024-07-30 15:35:44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SK지오센트릭은 SK이노베이션 계열에서 석유화학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다. SK이노베이션 연결 매출에서 약 18%(2024년 1분기 기준)를 책임지고 있다.

2020년대 들어 NCC(나프타분해시설) 일부 가동 중단,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이전보다 현금창출력이 꺾였으나 방향족 제품 비중이 높았던 덕에 경쟁사와 달리 적자는 면할 수 있었다.

SK지오센트릭은 친환경 포트폴리오 전환에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자본적지출(CAPEX)이 집행되면서 재무체력은 약화됐다. SK그룹 리밸런싱 기조에 맞춰 2026년 계획한 플라스틱 재활용 신규 설비의 상업 가동 시기는 연기될 전망이다.

◇NCC 라인 일부 가동 중단으로 2020년 첫 적자...방향족 비중 높아 수익성 방어

SK지오센트릭은 SK그룹 정유-석유화학 밸류체인 내에서 원료 조달과 제품 판매 체계를 구축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둬왔다. NCC 공정의 원재료인 납사는 정유사인 SK에너지과 장기계약을 통해 공급받아왔다. 올 1분기 SK지오센트릭의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SK에너지(71.4%)였다.

SK지오센트릭은 이를 통해 생산한 에틸렌과 벤젠, 프로필렌 등은 SK피아이씨글로벌에 판매한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SK에너지 다음으로 SK지오센트릭과 거래 비중이 높은 그룹사다. 덕분에 SK지오센트릭은 2020년 이전까지 연 10조원 안팎의 매출과 평균 6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2015~2019년)을 거둘 수 있었다.

SK지오센트릭은 2020년에 첫 연간 손실(-535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2011년 이후 첫 적자였다.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친환경 사업 전환을 결정하며 NCC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시기다. 이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수요 위축과 중국업체들의 설비 신·증설로 인한 자급률 상승으로 수익성이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SK지오센트릭은 NCC를 보유한 국내 다른 화학사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영상황이 나은 편이다. 기초유화 제품 중에서 아로마틱 제품 비중이 높은 영향이다. 석유화학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크게 올레핀과 방향족 계열로 나뉜다. 올레핀은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의 제품을 포함한다. 중국발 신·증설에 직격탄을 맞은 사업군이다. 여천NCC, 대한유화 등이 올레핀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사다.

방향족은 벤젠과 톨루엔, 자일렌, 파라자일렌 등이 포함한다. 파라자일렌의 경우 SK지오센트릭 단일 품목 기준 매출 비중(약 22%)이 가장 높다. 파라자일렌은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휘발유 블렌딩 목적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유지됐다. SK지오센트릭의 작년 매출에서 방향족 부문 영업이익률은 4.2%로 전체 사업 중 가장 높았다. 이는 경쟁사가 적자로 돌아설 때 SK지오센트릭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다.

◇현금흐름 저하·투자 부담 겹쳐…2026년 플라스틱 재활용 상업 가동 연기

다만 석유화학 업황 둔화로 현금창출력이 2020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동시에 친환경 사업 전환에 따른 CAPEX 증가로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부담이 차츰 커졌다.

2019년 말 1조4921억원이던 총차입금은 2020년 말 2조원을 넘어섰고 올 1분기에 2조9676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63.7%에서 125.5%, 차입금 의존도는 22.5%에서 35%로 올랐다. 차입금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총차입금/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2.2배에서 5.8배로 늘었다.


2021년부터 SK이노베이션에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음에도 재무체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SK지오센트릭이 2019년과 2020년에 배당금 지급으로 유출한 현금은 각각 5500억원, 7000억원이었다.

총차입금 2조9676억원 중 단기성차입금은 4000억원이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이 1조원 규모이며 분기 EBITDA가 1000억원을 상회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동성 면에서 리스크는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석유화학 사업이 과거 호황기 수준만큼 실적이 개선되기가 어려운 상황인 데다 신사업으로 낙점한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비가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는 연 3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설비로 SK지오센트릭이 지난해 11월에 착공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고순도 PP 추출, 해중합 등 세 가지 공정과 관련한 설비가 들어선다.

SK지오센트릭은 캐나다의 루프 인더스트리(해중합), 영국 플라스틱 에너지(열분해), 미국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PP 추출)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총 투자비는 약 1조8000억원이다. 이 중 SK지오센트릭 몫은 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SK지오센트릭은 당초 2025년 준공, 2026년 상업 가동을 계획했으나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부임한 이후 속도조절 대상이 됐다.

SK지오센트릭 측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와 재활용 플라스틱 시장의 개화시점 등을 고려해 울산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의 사업화 시점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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