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업계를 달군 상품은 단기납 종신보험이었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IFRS17 등 신제도 도입 후 보험사 입장에서 CSM 확보에 유리하고 보다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는 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경쟁이 심해지면서 종신보험을 저축성 상품처럼 판매하는 행태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감독 당국은 해당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고 하반기 이후 해당 상품에 대한 판매 경쟁은 수그러든 상태다.
삼성생명 역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행렬에 동참한 보험사다. 이와 관련한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상반기 삼성생명의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는 '단기납 종신보험'과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건강보험'의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 단기납 종신 맞춰 계리적 가정 포함 신계약 시스템 개선
김종민 삼성생명 CPC기획팀장 상무는 상반기 실적 IR에서 "삼성생명은 단기납 종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 판매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권영임 상품팀장 상무는 "하반기 삼성생명은 단기납 위주 종신보험 물량을 보다 고수익 종신 상품 쪽으로 그 중심을 옮겨 운영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보험업권에 새 회계기준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들은 단기간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 확보에 유리한 상품들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상반기 이같은 흐름의 중심에 섰던 상품이 '단기납 종신보험'이었다.
해당 상품을 중심으로 설계사들의 시책이 강화되고 출혈 경쟁도 불거지면서 당국에서는 이를 제재하기 위한 방책들을 내놓기 시작한 상태다. 이로써 해당 경쟁도 일단락 됐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을 5년~7년 등 비교적 짧은 기간 내로 완료하는 종신상품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이 많이 판매되면서 전체 신계약 CSM이나 APE에 기여는 컸으나 단기납 종신의 경우 계약 유지율이나 해지율의 측면에서 기존 종신보험과 같은 잣대로 CSM을 산출하기는 어렵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 상무는 "삼성생명은 해지율에 대해 납입하는 시점과 완납 후 시점으로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으며 통상 완납 이후 적립액 수익률이 최고점일 때 일부 해약이 이뤄진다"면서 "단기납 종신 역시 이같은 부분까지 모두 반영해 신계약 시스템을 개선해뒀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한 애널리스트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많이 판매하면서 APE 대비 CSM의 배수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납 종신의 유지율 등을 납입 이후 낮게 가정하게 되면 미래 현금 유입의 현재 가치 대비 CSM 마진율도 하락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전체 사망 보험에서 상반기 단기납 종신보험이 차지한 비중의 수치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종민 상무는 이에 대해 "상반기 단기납 종신은 전체 사망보험 전체의 약 50% 포트폴리오를 가져갔으며 이는 시장 평균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점유율로 보면된다"고 답했다.
삼성생명은 당초 경영계획 상 상반기 월평균 2300억원 수준의 CSM을 거둘 것을 예상해왔다. 결과적으로는 3000억원의 월평균 CSM을 거뒀다. 김종민 상무는 "단기납 종신이 늘어난 효과도 있었지만 기존 건강보험과 일반 종신을 함께 판매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소개했다.
◇건강보험 중심 신상품 출시, 기존 상품 개정 예고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규제로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후 CSM 하락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삼성생명은 7~8월 이미 단기납 종신 포트폴리오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져있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에도 월평균 3000억원 수준의 CSM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품 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과는 상품 구조나 듀레이션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ALM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보험 부채의 구조에 따라 특정 시기에 발생가능한 유동성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사전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뒀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주된 격전지가 될 건강보험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권영임 상무는 "생손보 공통적으로 하반기 건강보험 시장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삼성생명도 그에 맞춰 기존 단기납 위주 종신물량은 좀더 고수익 종신 물량으로 이동해서 상품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6월과 8월 건강보험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건강보험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8월 이후에도 신상품 출시와 기존상품 개정을 통해 건강보험의 CSM 레이트와 물량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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