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은 올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사들이 다소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사이 하나은행을 앞세워 대출자산을 불리며 이자수익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전략도 꽤 잘 들어 맞았다. 올해 상반기 하나금융은 또 다시 순이익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호실적 뒤에 숨어 있는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 27일 진행된 하나금융 상반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주된 관심사는 하나금융의 호실적이 아니라 리스크였다.
이날 애널리스트들은 하나금융의 부실자산 규모와 관리 현황 등에 집중적으로 질문을 쏟나냈다. 충당금 적립 현황과 향후 추가 적립 계획 등도 주된 관심사였다. 그동안 하나금융이 공격적으로 늘린 자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쌓이는 부실자산…관리 방안과 충당금 이슈에 질문 몰려 이날 가장 관심이 많았던 이슈는 그룹 전반 부실자산 증가와 비은행 자회사의 역성장이었다. 특히 하나증권의 올 2분기 적자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해 달라는 요가 빗발쳤다.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증권의 적자를 유발한 일회성 요인이 어떤건지, 순이자마진과 대손충당금 적립 전망은 어떤지, 하반기 손익 전망은 어떤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상무(CFO)는 “그룹 CFO로서 하나증권 실적에 대해 유감”이라며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자본을 대거 하나증권에 투입해 종투사로 육성해 IB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을 해왔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유 IB자산의 평가가치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박 상무는 “일회성 요인 중 하나는 CFD관련 충당금으로 500억원 초반대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어 IB자산 관련 평가손실이 400억원대 발생했다”며 “펀드관련 보상금도 추가로 530억원 가량 충당금을 쌓으면서 적자폭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부실자산 관련해선 더욱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애널리스트는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올해 3월 이후 이슈와 회사 보유자산은 얼마이고, 보유자산과 판매자산 및 사후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관련 예상 손실은 얼마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박 상무는 “해외 상업용부동산의 하나금융 익스포저는 약 4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하나은행 보유분이 약 1조3000억원이고 하나증권 보유분이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라며 “전체 익스포저 가운데 오피스가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자산은 물류센터와 호텔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해외부동산 정밀 점검 및 관리를 강화해 부실화 우려가 있는 투자건은 대주단과 자산관리사와 협의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왔다”며 “일반 대출과 다르게 수익증권 등 투자기 때문에 고정이하자산이 얼마인지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의 보유 자산에 대해서는 연체 및 고정이하여신은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국내 부실 자산에 대한 자료 공개 요구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슈가 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 규모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이 크다. 또 이에 대한 충당금 적립 협황도 주된 관심사였다.
김주성 하나금융지주 부사장(CRO)은 “국내 부동산 PF는 총 7조7000억원 규모이며 절반이 은행 보유분”이라며 “국내는 부동산 PF 관련 부실은 주로 비은행에서 발생했고, 전체 충당금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희가 상반기 중 충당금 3000억원을 적립했다”며 “1분기 정상 사업장에도 400억원 정도 선제적으로 적립했고, 2분기에는 2700억원 적립했는데 PF 부실 영향보다는 손실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부도율 높여서 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전체적인 대손충당금 적립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도 많았다. 한 애널리스트는 “하나은행 NPL이 5bp 상승한 요인과 비은행 건전성 관련해서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부사장은 “올 2분기 크레딧 0.42% 손실 흡수를 위해 4100억원 정도 충당금 쌓은 것을 감안하면 26bp수준으로 적립한 것”이라며 “하반기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하반기도 추가 충당금 적립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부사장은 “추가 충당금 적립 규모는 산정하기 어렵다”며 “정상수준의 크레딧 코스트가 26bp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이 정도 수준으로 유지 및 그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부사장은 또 “은행의 대출거래는 주로 담보거래여서 NPL 발생시 이를 매·상각해 NPL비율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비은행은 대부분 신용거래 위주라서 NPL을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비율이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충당금 적립 목표를 최대 30bp 수준으로 설정했다. 김 부사장은 “선제적 충당금 적립 및 손실 흡수력 확보 차원에서 매년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규모가 1000~5000억원 정도인데 올해도 상반기 3100억원 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목표를 잡을 때 추가 적립까지 함께 잡으면 너무 충당금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적립 목표는 추가 충당금을 제외한다"며 "통상적 수준의 충당금 적립은 정상적으로 26bp 정도를 보기 때문에 이 비율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30bp를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3% 밑도는 CET1비율…M&A와 주주환원 사이 하나금융 선택은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관한 사항도 관심사였다. 하나금융이 비은행 다각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그 대상인 KDB생명의 사업성과 기존 자회사들과의 시너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시장에 팽배하다.
실제 이날 한 에널리스트는 “하나금융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늘리는건 적절하지만 KDB생명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비은행 M&A에 대한 계획 및 전망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비은행 투자 등 신사업을 고려하고 있고, KDB생명 인수는 비밀유지조항이 있어 자세한 내용을 말하지 못한다”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현재는 초기로 구속력이 없는 투자 단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라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시장에선 그동안 하나금융의 인수자금 마련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대규모 자본을 지출하는 만큼 보통주자본(CET1)비율 등 관리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이 많다.
앞선 애널리스트는 “올 2분기 CET1비율이 13%를 충족 못했는데 하반기에는 그 이상 될것으로 보이기도 한다”며 “그러나 M&A를 검토하고 있다면 자본비율 추가 하락를 고민해야 하는데 M&A가 성공한다면 자본비율 하락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답변에 나선 박 상무는 “그룹의 M&A 원칙은 바뀐건 없으며, 대상 매물의 조건은 그룹 내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KDB생명에 대한 것은 확정된게 없어서 관련 자본비율을 아직 분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또 “올해 말 자본비율 전망과 주주환원률에 대해서는 바젤3 도입 영향 및 환율 상승에 따라 CET1비율이 33bp 정도 하락했는데, 하반기 이런 요인 해소로 자동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최소 13% 유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CET1비율 하락 관련해 주주환원정책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대해 박 상무는 “CET1비율 13% 하회시에도 주주환원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년말 기준 배당성향 등 현금배당을 지속 유지해 업계 평균 이상 주주환원율 달성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 등 배당 이외 주주환원정책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주가 등 관리와 주주의 실질적 이익을 위해 꾸준히 자사주 매입 요구가 있다.
박 상무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추가 자사주 매입 소각 계획 밝혔다”며 “최근 국내 은행주가 저평가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중요성이 높다는 점을 이사회에서도 잘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반기 CET1비율이 12.80%로 타겟팅보단 낮은데 저희가 연말 목표로 하는 자본비율은 13% 이상”이라며 “3분기 중에는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없지만 혹시라도 검토해서 주주환원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