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콜로 진행하는 기업설명회(IR)의 백미는 기업 관계자와 시장 관계자 사이에 오가는 질의응답(Q&A)이다. 투자자를 대변하는 시장의 관심이 무엇인지 드러나고 기업 입장에서 되도록 감추고 싶은 속살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자사 홈페이지에 IR 자료와 음성파일을 올릴 때 Q&A 부분만 제외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THE CFO가 IR의 백미 Q&A를 살펴본다.
카카오뱅크(카뱅)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부문의 가파른 성장을 바탕으로 여신의 고성장과 자산 건전성 관리 등을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정체성에 맞닿아 있는 플랫폼 영향력을 PR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컨퍼런스콜(컨콜)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은 카뱅의 실적 발표 내용처럼 주담대와 순이자마진(NIM)에 쏠렸다.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증가한 영향이다. 컨콜 Q&A에서 답한 대로 카뱅은 올 하반기 성장보다는 '안정', 건전성 관리에 매진할 전망이다.
◇김석 COO "주담대 성장률 30% 중반"…현장선 놀람의 '탄성'
카뱅은 지난 2일 '2023년 2분기 기업설명회(IR)'를 개최했다. 윤호영 대표이사, 김광옥 부대표 등 핵심 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석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카뱅 2분기 실적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날 IR 후반부 Q&A 시간에는 주담대와 NIM으로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쏠렸다. 질문자는 4명으로 한 번에 최대 2개의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애널리스트의 주목을 받은 건 단연 '주담대'였다. 올 2분기 주담대 신규 취급액이 전 분기와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규 주담대 취급액은 3조5290억원으로 1조4370억원이었던 1분기와 비교해 가파르게 성장했다. 은행권 내 카뱅의 점유율도 2분기 7.1%로 3.7%였던 전 분기 대비 3.4%p 급증했다.
김 COO는 이날 컨콜에서 "2분기 여신 잔액은 전 분기 대비 16% 이상 증가했다"며 "주담대 취급액이 전 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여신 성장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또 "신용대출은 2분기에도 순증했으며 같은 기간 NIM은 수신 확대 및 자금 조달 비용 증가로 소폭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주담대 성장이 가속화해 10% 중반대 성장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며 "가이던스 재수정이 필요해 보이는데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김 COO는 "금년 중 주담대 성장률 가이던스를 최소한 '30% 중반'까지 할 수 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때 김 COO 마이크 넘어 현장음으로 옅은 탄성이 들려왔다. 10% 중반대 성장률 전망치가 반년 만에 30% 중반대로 대폭 상향되자 놀랍다는 반응을 느낄 수 있었다.
주담대 관련 질문은 또 나왔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대출 성장 가이던스를 올린다고 했는데 2분기에 성장률이 크게 상회한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둔화한다는 의미인지, 보수적인 목표치를 밝힌 건지 말씀 부탁드린다"고 질문했다.
김 COO는 "대출 성장 연간 가이던스는 '최소' 30% 중반이라는 의미"라며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는 보수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진 폭이 작은 주담대 상품을 중점적으로 취급해야 하는 상황인데 은행 간의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반기보다는 작은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올 연간 NIM 추정 '2.35~2.4%', 선제적 충당금 약 140억
주담대 성장세와 함께 질문이 집중된 부문은 바로 NIM이다. 올 들어 카뱅이 성장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치며 NIM이 다소 하락했다. 올해 2분기 NIM은 2.26%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83%로 고점을 찍은 이후 올해 1분기 2.62%, 2분기 2.26%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 평균 NIM은 2.43%다.
골드만삭스증권 애널리스트는 "신규 대출에서 주담대 비중이 높았지만 큰 폭의 마진 축소가 있었다고 본다"며 "예금을 확보해뒀지만 펀딩 코스트에도 부담이 생길 수 있을 텐데 관리 계획이나 전망을 공유해달라"고 말했다.
김 COO는 "예대율 조절이 당연히 필요하고 여수신금리 조정에 대한 관리도 주목해야 할 시점으로 본다"며 "여신 성장과 더불어 금리 조정이 이뤄질 경우에 마진은 작년 연중 기준으로 NIM이 2.48%를 기록했는데 지금 추정으로는 2.35~2.4%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적으로 NIM 목표치가 있느냐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질문에 김 COO는 "중장기 NIM을 특정해 계획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통해 타행의 각 대출별 취급 금리나 조달 금리를 보여주는 예대금리차 정보를 보고 적정 수준의 여수신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담대나 NIM 이외의 질문으로는 충당금 관리가 있었다. HSBC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제적으로 쌓은 충당금이 얼마고, 정부에서 충당금을 쌓으라는 요구가 크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했다.
김 COO는 "올해 상반기 선제적으로 적립한 충당금은 130억~140억원이었는데 1분기에 90억원 이상, 2분기에 43억원 정도였다"며 "감독기관에서 진행하는 리스크 측정요소가 지금까지는 부도율 중심이었다면 기존에 커버하지 않았단 부도시 손실액에 대한 추가적인 측정을 논의 중이라 추가 충당금 적립 방침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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