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은 기업가치를 적정하게 평가받기 위해 펼치는 주요 경영 활동 중 하나다. 하지만 '의무'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놓인 활동이라 기업과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따라 성과는 천차만별이다. 과거 실적을 돌아보는 데에서 그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시장 전망과 사업계획 등을 풍성하게 제공하는 곳도 있다. CFO와 애널리스트 사이 이견이 담긴 질의응답(Q&A)을 여과 없이 공개하는 상장사도 있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IR 활동을 추적해 공과를 짚어본다.
BNK금융지주가 그간 소수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만 공개했던 분기 실적발표회(IR)를 공개 방식으로 전환했다. 기관투자가 뿐만 아니라 언론, 소액주주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화상 회의 플랫폼 '줌(Zoom)' 미팅 방식으로 IR을 진행했다.
BNK금융은 실적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소액주주와도 소통했다. 기업과 금융기관은 관행적으로 IR에서 애널리스트와 소통한다. 소액주주 질문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BNK금융은 주가 부진에 대한 자체 분석과 향후 주주환원 방향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신설' 브랜드전략부문, 시장 관계자 소통 행보
27일 BNK금융은 '2023년 2분기 실적발표회'을 주최했다. 이번 IR에는 BNK금융 관계자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 기자, 소액주주 등이 참여했다. BNK금융이 IR을 불특정다수에게 공개하는 건 2011년 3월 상장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BNK금융은 지난 1분기까지만 해도 분기 IR을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만 공개했다. 분기 IR은 개인투자자가 금융기관의 경영 상황을 육성으로 들을 수 있고 애널리스트 질의응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상장 금융지주 중 개인투자자에게 IR을 공개하지 않는 곳은 BNK금융이 유일했다.
올해 조직 개편에서 신설된 브랜드전략부문이 IR 공개 전환을 주도했다. 빈대인 BNK금융 회장 취임 후 일어난 변화다. 빈 회장은 BNK금융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된 요인으로 시장과의 소통 부족을 꼽았다. 시장 소통을 강화해야 내부에서 파악하지 못한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브랜드전략부문은 하근철 BNK금융지주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하 부사장은 한국은행 출신으로 2005년 국제국 부국장, 2014년 외환업무부장, 2015년 제주본부장, 2016년 커뮤니케이션 국장을 맡았다. 금융업 뿐만 아니라 대외 소통 업무 경험도 갖추고 있다. BNK금융의 시장 소통을 강화할 키맨으로 낙점되며 올해 영입됐다.
하 부사장은 이번 IR 진행, 실적 발표, 질의응답을 도맡았다. 처음으로 진행되는 공개 IR인 만큼 하 부사장이 주축이 돼 참여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IR을 거듭하면서 노하우가 쌓이면 다른 금융지주처럼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등 주요 임원들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연금보다 안정적인 투자 수단 되겠다"
IR 이후 주가 부진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이 나오자 하 부사장은 내부 진단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BNK금융지주의 성격을 가치주로 분류했다. 당분간 초저물가, 저금리 기조로 회귀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는 가치주인 BNK금융지주가 상대 우위를 보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소액주주가 하 부사장에게 보통주자본(CET1)비율 관리 계획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보통주자본비율 12%를 달성하면 최대 주주환원율을 30%로 높이기로 했는데 내년 중 달성이 가능하겠나"라며 "JB금융과 비교해 보통주자본비율 개선 속도가 느린데 이걸 해소하기 위한 자본 배치 전략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하 부사장은 CET1비율이 두 분기 연속으로 상승했고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더 안정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주주환원 방향성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에 지방금융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의결했다고 강조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 수립과 소통을 약속했다.
하근철 BNK금융 부사장은 "우리 주식을 갖고 있을 때 연금이나 부동산보다 안전하다고 여기고 투자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배당을 더 촘촘하게 하고 이를 사전에 투명하게 예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