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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M 톺아보기

국내 기업 '다양성' 항목 늘어날까

④글로벌 사업 늘어나며 해외 국적 이사 확대 추세 반영될 가능성

김위수 기자  2023-07-25 16:25:18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는 일은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BSM 공개가 수년전부터 활성화된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BSM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더벨은 국내 기업들이 공개한 BSM을 면밀히 살펴보고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봤다.
미국에 기업들의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 도입이 활성화된 뒤 눈에 띄는 트렌드는 다양성 항목의 세분화다. BSM 혹은 별도 그래픽·매트릭스를 통해 다양성 항목을 세분화해 공개하고 있다. 성별, 연령, 인종은 물론 성적 소수자가 포함돼있는지 여부까지 공개한다.

이는 나스닥 상장사들의 의무다. 미국 증권거래소(SEC)는 2021년부터 나스닥 상장사들이 이사회 구성원들의 다양성 현황을 매트릭스 혹은 이와 비슷한 형태로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도입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확산과 더불어 다양성 확대에 대한 미국 내 사회적 요구가 이같은 규제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BSM, 다양성 항목 동향은

우리나라의 경우 BSM 혹은 이사회 다양성에 대한 공시 의무가 별도로 없다. 그럼에도 올해 공개된 국내 상장사들 대부분 BSM에 다양성 항목에 대한 분포를 포함해놨다. 주로 성별, 연령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이사회에 대한 다양성 확보 의무가 우리나라에서도 강화되는 추세다. 2022년 8월부터 이사회 소속 이사 전원을 특정 성별로만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여성 사외이사 선임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에 두는 수준인데 SK이노베이션·SKC·카카오와 같은 몇몇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며 이사회 다양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SKC 이사회 역량 구성표. (출처: SKC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국내 기업들이 제시한 이사회 다양성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성별을 제외하고도 국적, 인종, 종교, 민족 등을 고려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성별을 제외한 다른 이사회 다양성 항목의 경우 이를 강제하기 위한 별도 규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ESG 경영 확산과 전세계적인 추이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다양성 확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성별, 연령 외에 BSM에 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항목은 국적이다.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기업들은 해외 국적을 보유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이사회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 사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한화솔루션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한화솔루션은 BSM에 이사의 국적을 이미 표기하도록 한 상태다.

◇이사회 다양성 확대, 무조건 좋을까

기업의 다양성이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에 대한 연구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일반적으로는 다양한 배경과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간 논의를 통해 객관적이고 창의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다양성이 ESG 중 '사회(S)'와 연결되는 사안인 만큼 ESG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영국, 캐나다, 미국, 라틴아메리카 소재 3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인종·민족·젠더 다양성 측면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해당 국가 산업 중위값에 비해 높은 수준의 재무적 성과를 창출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사회만 한정해서 보자면 스위스 금융기관 크레디트가 이사회 구성원 중 여성이 포함된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주가 면에서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또 이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여성이 이사회에 포함된 회사들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4%포인트(p) 가량 높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 다양성 확보 자체가 기업의 성과와 결부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다양성을 중시할 정도로 발달한 기업문화가 성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이사회의 다양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ESG 등급 평가 요인 중 하나가 됐을 만큼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 지배구조 연구소 관계자는 "BSM을 통해 회사 비전과 전략에 부합하는 역량조합을 도출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합의 적절성을 점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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