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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M 톺아보기

미국 모범사례 살펴보니...뉴욕연기금의 힌트

②역량 항목 10개 이상 상세하게 소개, 국내기업 정교화 필요

김위수 기자  2023-07-20 17:03:16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는 일은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BSM 공개가 수년전부터 활성화된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BSM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더벨은 국내 기업들이 공개한 BSM을 면밀히 살펴보고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봤다.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 작성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BSM 공시는 기업의 의무가 아닌 권고에 가까운 사안이다. 각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사회가 보유한 전문성과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모범적인 형태의 BSM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뉴욕 연기금이 제시한 사례를 통해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뉴욕 연기금과 연금을 관리하는 감사관은 2017년 BSM 도입을 요구하는 이니셔티브를 펼쳤고 이를 계기로 미국 상장사들의 BSM 공개가 활성화됐다.

◇모범사례, 국내 기업 BSM과 차이는

당시 모범사례로 제시된 18개 기업 BSM에 들어간 공통된 요소는 이사 각 개인의 역량과 인종, 성별, 임기 등이다. 이사의 나이가 BSM에 표시돼있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나이와 인종, 성별의 경우 개개인별로 정보를 공개한 곳도 있으나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그래픽화해 나타낸 형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모범 사례에서 눈에 띄는 점은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역량의 숫자가 국내 기업 BSM에 표기된 역량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이었다. 18개 모범사례 BSM에서 표기된 역량의 평균치는 다양성 항목을 제외하고도 11개로 나타났다. 각 기업들이 이사회가 가진 역량이 총 11개에 달했다는 뜻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의 경우 10개가 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7~8개 수준의 역량을 표기하는 데 그쳤다.

미국 상장사의 이사회 규모가 통상 10명 이상 대규모로 구성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이사회의 역량에 대해 충분하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측면의 접근도 가능하다.

애플 이사회 역량 구성표

당시 모범사례에 언급된 사례는 아니지만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BSM을 보면 이사회의 역량을 △리더십 △기업 지배구조 △금융 △글로벌 비즈니스 및 운영 △브랜드 및 마케팅 △사람 및 문화 △혁신 및 기술 △기후 및 환경 △공공정책 및 정부 △사생활 및 보안 등 11개로 세분했다.

인텔 역시 △리더십 △글로벌 △산업 및 IT/기술 △인적자원 △운영 및 제조 △세일즈, 마케팅 및 브랜드 관리 △새로운 기술 및 비즈니스 모델 △사업개발 및 M&A △사이버보안 및 정보보안 △정부, 법률 및 규제 △상장사 이사회 경험 등으로 나눴다.

국내 기업의 경우 대부분 △리더십 △핵심 산업 경험 △재무 △금융 △법률 △글로벌 △ESG와 같은 항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형태로 나타났다. 각 기업의 특성과는 무관하게 경영에서 필요로 하는 일반적인 틀에 그쳤다.

◇다양성 현황, 다른 이유는

국내 기업들이 발표한 BSM은 대부분 이사들의 역량과 성별 혹은 성비 등은 충실히 표기한 편이었다. 이사들의 임기는 우리나라 기업의 BSM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경영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법을 통해 사외이사 임기가 최대 6년이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다. 미국과는 달리 장기 재직하는 사외이사가 존재할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인종의 경우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이 반영된 사안이다.

단 국내에서도 이사회 구성원들이 선임된 시기와 국적을 BSM에 표기한 한화솔루션의 사례에 주목된다. OCI홀딩스(인적분할 전 OCI) 역시 이사진의 독립성 및 성별·나이·임기 등 다양성을 BSM에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한화솔루션 이사회 역량 구성표

BSM이 공개되는 루트에도 차이가 있었다. 미국 상장사의 경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전 공시하는 프록시 스테이트먼트(Proxy Statement)에 BSM을 포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SK㈜가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를 통해 BSM을 공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매년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BSM을 발표하고 있다.

BSM을 공개하는 목적 중 하나가 이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주주 및 시장과 소통하기 위한 차원이다. ESG 경영 상황을 소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BSM을 보여주기에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단 주주총회에서 가장 빈번하기 상정되는 안건이 이사 신규 선임에 관한 건이다. 주주총회소집공고에 BSM을 표기해 놓는 것이 주주들에게 정보를 주기 위한 차원에서는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보고서를 통해 "역량구성표가 이사 후보 정보와 연계해 주주총회소집공고에 공시되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전문성, 경험 등의 역량조합과 현재의 이사회 구성, 보완이 필요한 전문성 등을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사 후보의 적격성 및 차기 이사회 구성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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