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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M 톺아보기

'체크박스 그 이상' 고도화 평가표 내놓는 글로벌 기업들

③상세한 역량 및 경험 기술, 국내 기업들도 뒤따를 듯

김위수 기자  2023-07-24 07:07:19

편집자주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를 공개하는 일은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과 거버넌스 투명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BSM 공개가 수년전부터 활성화된 상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BSM 도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더벨은 국내 기업들이 공개한 BSM을 면밀히 살펴보고 의의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짚어봤다.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 앞서 기업의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Board Skills Matrix) 공개가 활성화됐다. 일찌감치 BSM의 모범사례가 지목됐고 여기에서 더 나아가 어떤 형태의 BSM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사회 역량에 집중해보자면 이를 표현하는데 있어 정해진 형식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지향점은 존재한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2018년 당시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이사의 역량을 나열하는 수준의 BSM을 넘어 역량에 대한 설명, 이사가 갖춘 역량에 대한 기술, 특정 역량이 회사의 사업 맥락에서 갖는 연관성을 포함한 사례가 제일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BSM 고도화, 글로벌 기업 사례 살펴보니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최근까지 글로벌 기업들의 BSM 공개가 잇따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매년 이들이 공개하는 BSM이 시장의 요구에 따라 상세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애플이 2023년도 프록시 스테이트먼트(Proxy Statement)를 통해 공개한 BSM에는 이사회 역량에 대한 설명과 해당 역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기술이 추가됐다. 직전해에 처음 공개한 BSM 자체도 모범사례와 비슷하게 구성됐는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를테면 BSM에 포함된 리더십 역량에 대해 애플은 "최고 경영자, 최고 재무 책임자 또는 기타 고위 리더십 역할을 포함해 중요한 리더십 직책에서 근무한 경험은 이사에게 조직 행동과 프로세스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전략 계획, 재무 보고, 컴플라이언스, 가치 및 문화를 포함한 현대 조직의 다양한 측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게 한다"고 기술했다.

애플이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 하단에 덧붙여 놓은 역량에 대한 설명.

여기에 더해 디즈니는 BSM에 개별 이사 후보가 보유했다고 표시한 역량이 이사회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까지 서술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디즈니는 프로필의 '자격' 항목을 통해 각 이사 후보가 갖춘 역량에 대해 표기해놨다. 하지만 2023년도 보고서의 BSM에는 이사 프로필란에 '디즈니의 전략과 이사회 기여에 부합하는 주목할 만한 경험' 항목을 새로 만들었다. 역량을 쌓기 위해 겪은 경험과 이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눈에 띈다.

디즈니 이사 후보 프로필 변화

◇걸음마 뗀 국내 기업, 어디까지 왔나

우리나라 기업들이 공개하기 시작한 BSM은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 분포를 도식화해 보여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SK㈜, 효성그룹 계열사 등 일부 기업들은 이사회 역량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인 곳도 있었다.

㈜효성 이사회 역량 구성표.

하지만 역량에 대한 설명과 구성원들의 역량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이사회에 대한 기여 방안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모두 갖춘 곳은 없었다. 그나마 SK㈜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BSM과 역량 설명, 이사 선임배경 등을 한 페이지에 모아놨다.

글로벌 기업들의 BSM이 갈수록 상세해지고 있는 추세를 국내 기업들 역시 뒤쫓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투명화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다드를 참조해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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