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의 핵심은 예나 지금이나 GS칼텍스다. GS그룹 출범 때부터 'GS칼텍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룹 차원에서 정유업 의존도를 낮추는 게 과제이자 숙원이 된 지도 오래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GS가 중간 지주사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를 지배하고 있다. GS칼텍스와 GS에너지 모두 비상장사인 만큼 GS칼텍스 실적 호조에 따른 수혜가 고스란히 ㈜GS 몫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GS칼텍스가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주가는 이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쉬운 점은 또 있다. ㈜GS는 허태수 회장 취임 이후부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3000억원을 투자해 휴젤을 인수했고 지분 투자한 기업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투자 포트폴리오가 아직은 ㈜GS 주가를 끌어올리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른바 '한방'이 없다는 평가다.
◇횡재세 논의까지 갔던 정유사들, 주가는? 지난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막대한 이익을 낸 석유 및 정유 기업에게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이익 합계는 무려 12조원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 시기 정유사들의 주가 흐름은 어땠을까.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상장사는 에쓰오일 한 곳이지만 SK이노베이션과 ㈜GS도 큰 틀에서 정유주로 분류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을 하고 있는 SK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GS 역시 100% 자회사 GS에너지를 통해 GS칼텍스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내자 에쓰오일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1월 8만5700원으로 장을 시작해 6월 중순 12만원대를 찍었다. 연중 최고점으로 연초 대비 41%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 시기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GS 주가는 어땠을까. 오르긴 올랐지만 에쓰오일보다는 상승폭이 훨씬 작았다. 지난해 11월 4만8000원대로 연중 최고가를 찍었는데 연초보다 23% 상승한 수치였다.
GS칼텍스와 GS에너지가 비상장사였음에도 ㈜GS의 주가 상승률이 그리 높지 않았던 이유는 뭘까. 정유업이라는 특성과 함께 합작법인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주사 주식의 가치는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에서 나온다. 수익성이 좋은 자회사를 통해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GS칼텍스는 반은 합격, 반은 불합격이다.
수익 규모가 크고 돈을 잘 벌긴 하지만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 부침이 워낙 심해 안정성은 다소 떨어지기 때문이다. 전통 굴뚝산업으로 투자 매력 자체가 다른 업종보다 떨어진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 중심의 정유 사업은 장기적으로 수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며 "정유사마다 앞다퉈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적극 투자에 나서는 이유"라고 말했다.
GS칼텍스가 합작법인이라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GS칼텍스는 사업환경 변화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GS에너지와 미국 정유기업 쉐브론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탈(脫) 정유 움직임도 다른 정유사에 비해 과감하거나 빠른 편은 아니다.
◇아직은 글쎄...주가 끌어올리기엔 부족한 포트폴리오 GS그룹은 허태수 회장이 취임한 뒤 디지털, 친환경, 바이오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특히 허 회장 취임 이후로 투자 대상을 고르는 기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 공장이나 설비 등 당장 실적이나 그룹 규모에 보탬이 되는 매물을 눈여겨봤다면 이제 기술력이나 잠재력, 인력 그리고 인수한 뒤 얼마만큼 키워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 등 보이지 않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규모는 작지만 미래가 밝은 스타트업이 대표적이다. GS비욘드, GS퓨처스, GS벤처스 등 그룹에서 투자처 발굴을 맡은 회사만 3곳이나 된다. 허 회장 취임 전인 2019년 말 기준 ㈜GS가 직접 지분을 투자한 법인의 수는 7곳에 불과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40여곳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순수 스타트업만 10곳이 넘는다. 여기에 GS비욘드, GS퓨처스, GS벤처스가 투자하고 있는 곳까지 더하면 수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분야 역시 인공지능(AI), 플랫폼, 친환경, 바이오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기업에 투입된 금액은 모두 290억원 규모로 지난해 4월에 투자한 RVAC(123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에 들어간 투자금은 기업당 수십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의 투자는 리스크는 줄이고 외부환경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올인'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다만 '한방'을 노리는 주식 시장에선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룹의 미래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데다 아직 규모들이 작아 실제 실적에 기여하고 그룹과 시너지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스코홀딩스와 비교하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투자 포트폴리오가 대부분 2차전지로 구성된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말그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업종을 잘 골랐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지만 그룹의 방향성이 명확하다는 사실 역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GS가 현재까지 투자한 곳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곳은 휴젤이다. 휴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상장사인 데다 지분구조 역시 상당히 복잡해 굳이 휴젤을 두고 ㈜GS에 투자할 유인은 크지 않다.
㈜GS는 싱가포르 소재 투자회사인 아프로디테를 통해 휴젤을 인수했다. 아프로디테는 휴젤 지분 43.2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GS와 IMM인베스트먼트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디오네가 아프로디테 지분 42.11%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그나마 ㈜GS주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건 배당이다. 50여명에 이르는 허씨 일가가 고루 주식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에 배당성향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실적이 나빠도 배당은 줄지 않는다. 2016년 1600원이었던 주당 배당금은 지난해 2500원까지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