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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기업 밸류 분석

LG전자 '777 선언'에 담긴 비밀

내부 밸류 목표치, 시가총액 98조 주가 60만원…전기차 충전사업 자신감 방증 평가

손현지 기자  2023-07-17 07:00:38

편집자주

느리고 보수적이라 여겨졌던 전자회사들이 달라지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글로벌 위기와 기술 트렌드 변화에 맞춰 미래 비전과 신사업 전략 방향성을 과감하게 탈바꿈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밸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이슈와 변수들을 다각도로 파악해본다.
LG전자가 재무적 목표치를 과감하게 설정해 눈길을 끈다. 기존 가전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미래지향적 포트폴리오를 지향하면서 일명 '트리플(Triple)7'이란 단어로 목표액을 제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매출 증가율 7%, 영업이익률 7%, 기업가치 (EV/EBITDA) 7배 이상 등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EV/EBITDA 목표치까지 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추구하는 주가 수준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플 7' 숫자에 맞춰 영업이익, 매출 목표액을 단순 대입해보면 2030년 LG전자 시총은 98조원에 달한다. 주가도 60만원 수준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LG=가전' 탈피…'집-차량-가상공간' 연결자로

LG전자는 12일 공시를 통해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과 재무적 지향점을 구체적으로 공시했다. 이날 조주완 LG전자 대표(CEO)와 주요 사업부서별 임원 5명이 직접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사항을 공표해 주목됐다.


미래비전 요점은 정체성이나 다름없던 가전사업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점이다. 조 사장은 이날 "'가전은 LG'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다, 하지만 23개국, 지구 8바퀴 반을 이동해 시장을 확인하며 지금 이대로는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긴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며 "가전을 넘어 미래지향적 사업구조로 재창조를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출액을 현재 65조원에서 오는 2030년 100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달성을 위한 총 50조원에 달하는 투자 계획안(시설투자, R&D 투자 포함)도 세운 상태다. 집, 상업공간, 차량, 가상공간인 메타버스까지 삶이 있는 모든 공간에서 고객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트리플7 대입해보니…2030년 시총 98조 목표

주목할 만한 건 '트리플7' 계획이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외에 기업가치까지 제시한 점이 특이하다. LG전자가 언급한 'EV/EBITDA'는 주가수익비율(PER)처럼 기업의 적정주가를 판단하는데 활용하는 지표다. EV/EBITDA는 시장가치(EV)를 세전영업이익(EBITDA)로 나눈 값이다. EV는 시가총액에 부채를 더하고 현금자산을 빼 산출할 수 있다.

PER은 계산법이 간단하지만 차입금 규모를 반영하지 못해 왜곡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일회성의 영업외손익 발생분도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확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EV/EBITDA는 차입금 편차가 크거나 감가상각법이 다른 회사들끼리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LG전자의 EV/EBITDA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3~4배 수준을 유지해왔다. PER은 2020년 12.4배에서 2021년 24.19배까지 치솟았다가 작년 13.07로 내려왔다. 14일 종가 기준EV/EBITDA를 계산해보면 3.2배, PER은 18.86배다.


LG전자가 제시한 재무 목표치를 대입하면 어떨까.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률 '7%'를 적용해 계산하면, 2030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00조원, 7조원이다. LG전자 EBITDA의 상각비와 영업이익 비중은 50대 50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2030년 EBITDA는 14조원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기업가치 목표치인 EBITDA 7배를 대입하면 2030년 시가총액은 98조원에 달한다. 4일 시가총액(20조4887억원)은 작년 EBITDA(6조5361억원)의 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030년 시총 목표액은 현재(19~20조원)의 5배 수준이다. 주가에도 해당 배율을 대입하면 현재(12만원선)의 5배인 60만원 안팎의 숫자가 산출된다. LG전자의 7년 뒤 목표치이기도 하다.

◇시총 5배 목표, 자신감 원천은 전기차 충전시장?

조 사장은 12일 간담회에서 "고객과 다수에게 2030 미래비전 계획을 공개해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각오를 보여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주재하는 계열사별 전략 사업에서 이러한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얻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LG전자 목표치가 지나치게 높은게 아니냐는 의견이 잇따른다. 최근 1년간 전장(VS)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가총액 상승폭이 크긴 했지만, 7년 뒤 2030년 목표 수치는 현재의 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최근 7년 주가 추이를 살펴봐도 과감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LG전자의 이같은 자신감 배경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지목한다. LG전자는 신사업 동력 확보 중 하나로 전기차 충전시장을 콕 찝어 사업 인프라를 확대하는 추세다. 12일 간담회에서도 조 사장 브리핑 중 전기차 충전 시장 성장성과 관련된 설명 시간이 길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의 방증이다.


LG전자는 전기차 충전시장 내에서 통합솔루션으로 차별점을 꾀하고 있다. 단순히 충전기 판매에 그치는게 아닌, 관제 영역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자회사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한 상태다. 내년부터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는 하드웨어(HW)에서 소프트웨어(SW)로 사업축을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가전에 앱 기능을 연동시키는 '업(UP) 가전'을 진화시키고 구독과 스마트홈에 박차를 가한다. 2030년까지 B2B 사업 매출을 40조원 이상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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