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는 대규모 손실이 지속돼 자본 잠식(자본금>자본총계) 우려가 커질 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다.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늘리고, 회사채와 은행 대출과 달리 이자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적다. 특히 기존 최대주주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증은 지배구조 안정화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코로나19 첫해는 원활했던 모회사 지원 티웨이항공도 코로나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 11월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가 참여하는 주주배정 유증(실권주는 일반공모)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약 655억원을 조달한다. 항공기 운항에 어려움을 겪으며 결손금이 확대되고 있었지만 유증 전 자본구조는 안정적이었다. 자본총계가 자본금의 3배가 넘었다.
단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손금 확대에 따른 자본잠식을 예방하기 위해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가 참여하는 유증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곧바로 1주당 0.2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도 단행한다. 이에 따라 2020년 9월 말 234억원과 709억원이었던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551억원과 1169억원으로 늘어난다.
자본 확충과 함께 2021년을 맞았으나 업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2021년 1분기에만 493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하면서 그해 3월 말 자본총계가 691억원으로 급감한다. 자본금 551억원과 비교했을 때 자본잠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다시 한번 유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문제는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의 넉넉하지 않은 자금 상황이었다. 불과 5개월 전에 유증으로 자회사인 티웨이항공에 자금을 수혈한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는 건 무리였다. 티웨이항공이 자본잠식을 목전에 뒀을 무렵인 2021년 3월 말 티웨이홀딩스의 보유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억원에 불과했다.
◇이미 쓴 무상감자 카드, 다시 찾아온 자본잠식 우려 물론 꼭 유증만이 해법은 아니다. 증자의 반대인 감자(무상)를 통해 자본금을 줄여 자본잠식을 피할 수 있다. 가령 주당 액면가액을 줄이면 전체 자본금(발행주식수×주당 액면가액)이이 주는데, 줄어든 자본금인 감자 차익을 활용해 결손금을 감소시킬 수 있다.
티웨이항공이 앞서 한 차례 썼던 처방이기도 하다. 2020년 3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업황이 악화하자 티웨이항공은 7년 전 무상감자로 이월된 감자차익 275억원을 활용해 결손금을 줄이고 자본구조를 정상화시켰다. 하지만 무상감자는 실제 자본이 회사에 유입됐다기보다는 회계적으로 자본구조를 정상화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미봉책'이다.
더욱이 무상감자는 기존 주주들에게 아무런 보상없이 자본금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모회사 티웨이홀딩스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모회사 지원도, 무상감자 통한 회계상 자본구조 정상화도 어려워지자 티웨이항공은 결국 새로운 투자자를 주주로 맞는다. 2021년 4월 사모펀드운용사인 JKL파트너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인 '더블유밸류업'을 대상으로 주당 2512원에 우선주 3184만7134주를 발행한다. 이를 통해 약 799억원을 확보한다. 더블유밸류업은 2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주주 지배력 약화 감수한 결정의 효과와 결과 최대주주가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면서 단행한 제3자배정 유증의 효과는 단기적, 중장기적으로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자본총계를 2021년 3월 말 691억원에서 2021년 6월 말 1194억원으로 늘렸고, 중장기적으로는 모회사인 티웨이홀딩스와 최상위 지배 기업인 예림당이 티웨이항공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만들었다.
실제 2021년 12월 말과 2022년 3월 말 자본잠식이 이어지자 티웨이홀딩스와 예림당은 2022년 4월 티웨이항공 주주배정 유증에 참여해 티웨이항공이 총 1195억원을 조달하는 걸 지원한다. 티웨이항공과 예림당이 총 참여한 금액은 약 141억원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JKL파트너스까지 참여하는 상황에서 지배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적은 금액으로라도 참여할 필요성이 있었다.
모회사 지원과 희생으로 2022년 4분기 업황이 개선되기까지 버틴 티웨이홀딩스는 올해 1분기 46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개 분기 연속 순이익이다. 단 올해 3월 말 여전히 자본금(1019억원)이 자본총계(997억원)보다 큰 자본잠식 상태다. 하지만 올해 2분기에도 순이익이 예견되고 있어 6월 말엔 자본잠식에서 탈출할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2분기는 항공업 비수기로 통하지만 올해는 다르다"며 "올해 2분기에도 LCC들은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인건비 감축 효과가 지속되고 있어 올해까지는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