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J CGV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꼬리표를 떼면서 등급 강등 우려를 덜었다. CJ CGV의 핵심사업인 극장업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았던 곳이다.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올 1분기까지 적자였다. 그럼에도 올해는 관람 수요가 회복되면서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CJ CGV는 신용등급 강등우려는 덜었지만 그간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왔기 때문에 주가 흐름도 중요하다. 특히 지난해 발행된 영구 CB는 대규모 미매각으로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인수단이 이를 떠안기도 했다. 이들 증권사의 손실은 1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 신용평가사 3사, 일제히 등급 전망 '부정적→안정적' 조정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CJ CGV의 무보증사채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A-,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종자본증권의 신용등급 및 전망 역시 'BBB+, 부정적'에서 'BBB+,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향후 만기연장이나 이자미지급 등 자본적 성격을 고려해 원래 선순위 채무의 신용도 대비 1노치(notch) 낮게 부여된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영화관람 수요의 회복세와 관람료 인상, 특화관 매출 증대,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사업부문 흡수합병 효과에 힘입어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대비 174% 증가했고 올해 1분기 해외법인 실적 개선 등으로 영업적자 폭이 감소했고 최근 흑자 기조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CJ CGV는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이후 영업현금창출력이 약화되면서 시련을 겪었다. 특히 2018년부터 재무부담으로 작용했던 튀르키예법인의 TRS(Total Return Swap) 계약이 2021년 상반기 만기도래하면서 3500억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신종차본차입, 영구 CB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채 연구원은 "올 3월말 기준 리스부채를 제외한 순차입금은 3864억원이나 실질적인 재무부담은 회계상 지표에 비해 더욱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계열의 재무적인 지원하에 유동성 대응력은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고 실적 회복에 따른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제한된 CAPEX(자본적지출) 투자, 자본확충 계획 등을 감안했을 때 재무안정성의 점진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최근 CJ CGV의 기업신용등급(ICR·Issuer Credit Rating)을 'A-,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선순위 회사채와 신종자본증권 유효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여타 신용평가사들과 마찬가지로 등급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 영구 CB로만 7000억 조달,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손실 우려 신용평가사 3사가 모두 CJ CGV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하면서 등급 강등 우려는 사라졌다. 하지만 주가는 또 다른 문제다. 특히 CJ CGV는 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2021년(32회차)과 2022년(35회차) 두 차례에 걸쳐 영구 CB를 발행했다.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규모로 발행됐고 올해 3월말 기준으로 미상환잔액은 2220억원, 3993억원이다.
2021년 6월 발행된 32회차 영구 CB의 전환가액은 2만6600원이며 표면 만기는 30년, 표면이자율은 1%였다. 또한 발행회사가 발행일로부터 5년이 되는날 이전에 중도상환권을 행사할 경우 보장수익률(YTC)은 3%였다. 전체 3000억원 중 구주주 청약이 29.55%(887억원)이었고 나머지는 일반공모 청약으로 풀렸다. 당시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이 76.8대 1이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 전환청구기간이 2021년 7월 8일부터였기 때문에 인수 후 바로 주식시장에 팔 수 있었다. 2021년 6월 평균 주가는 3만1500원대로 전환가액 대비 18% 가량 높았던만큼 투자 메리트가 있었다. 이 때문에 그나마 32회차 CB는 전체 발행규모 중 26% 가량이 주식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35회차 영구 CB는 상황이 달랐다. 발행 규모는 4000억원으로 더 컸지만 표면이자율은 0.5%로 떨어졌다. YTC는 직전과 동일한 3%였다. 전환가액은 2만2000원이었다. 구주주 청약과 일반공모 청약을 다 합쳐도 전체 발행분의 7.78%만 소화되면서 3688억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대표주관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이 미매각분의 62.5%을 담당했고 인수회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22.5%, 12.5%, 2.5%를 떠안았다. 당시 가져간 물량은 미래에셋증권이 2305억원, NH투자증권이 830억원, KB증권이 461억원, 유진투자증권이 92억원 등이었다. 증권사들이 셀다운을 하지 못했다면 최근까지 1100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전환청구기간이 시작된 2022년 8월 21일 이후 주가는 단 한 차례도 전환가액을 넘긴 적이 없다. 지난 12일 기준 CJ CGV 주가는 1만5110원으로 전환가액 대비 31% 낮다. 미매각분을 감당한 증권사들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영구 CB는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격 조정도 없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이 중요하다.
다만 주가가 상승하더라도 영구CB로 전환가능한 주식수가 전체 발행주식의 50%가 넘기 때문에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향후 영구 CB의 조기상환 시점인 2026년과 2027년까지의 주가가 회복되지 않으면 CJ CGV는 고스란히 이를 현금으로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