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포털사이트 '줌(ZUM)' 운영사이자 '알집(ALZip)' 개발사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이스트소프트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외부에서 찾는다. 김민지 전 CFO가 퇴사한 이후 현재 6개월째 공석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임 CFO는 자회사인 이스트시큐리티 상장을 포함해 자회사 관리를 우선순위에 둬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펀드와 해외 법인을 제외하고 올해 3월 말 기준 이스트소프트가 보유한 자회사는 △줌인터넷 △이스트게임즈 △이스트시큐리티 △라운즈 △엑스포넨셜자산운용 △이스트글로벌 등 총 6곳이다. 포털사이트 운영, 인터넷 게임과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 인공지능(AI) 활용한 안경 추천과 판매, 자산운용 등 사업 범위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 PC와 모바일 백신 프로그램인 '알약'을 개발하는 이스트시큐리티는 2024년을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5월엔 상장 전 투자 유치(Pre-IPO)로 15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해당 자금은 메타버스와 가상자산 보안 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데 활용한다.
이스트소프트는 신임 CFO의 주요 업무로 이스트시큐리티 상장 지원을 꼽는다. 이에 따라 다른 기업에서 상장 업무를 주도한 경험이 있고 당국과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증권업계에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사 재무구조를 진단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임무도 신임 CFO에 기대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투자를 늘렸음에도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으면서 재무구조가 다소 약화한 상태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9%로 전년동기 대비 30%포인트(p) 상승했다.
올해 1분기 자회사들 실적을 살펴보면 엑스포넬자산운용과 이스트글로벌을 제외한 4곳은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안경 추천과 판매 사업을 하는 라운즈는 계속된 당기순손실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임 CFO는 자원 재분배를 비롯한 구조조정과 관련한 역량도 갖춰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사 CFO의 필수 자격요건이지만 현재 여러 자회사가 동시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이스트소프트 CFO에겐 꼭 필요한 능력이다.
더불어 오래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임인 김민지 CFO와 김 CFO의 전임인 서성민 재무총괄은 재직기간이 각각 만 2년이 되지 않는다. 이들과 달리 둘의 전임자인 배재현 이사는 최소 5년 넘게 회사의 재무 업무를 책임졌다. 이스트소프트는 배 이사처럼 오랫동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트소프트 CFO는 회계와 IR, 경영관리, 자금관리 등 여러 업무를 책임진다"며 "회사는 데이터와 재무적 관점에서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고 주요 의사결정을 리드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