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무림P&P가 친환경 보일러 시설 건립비용으로 총액 2763억원을 책정하면서 조달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업실적 개선과 운전자본 부담 완화로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설자금 목적의 장기차입금을 신규조달할 계획이다. 지난해말 100%를 넘긴 부채비율도 유산스(usance) 단계적 상환으로 일부 통제가 가능할 전망이다.
◇친환경 보일러 대규모 시설투자…EBITDA 증가에도 현금흐름 부진
무림P&P는 지난 16일 울산공장 친환경·고효율 회수 보일러 시설 건립에 2025년 9월까지 총액 2763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EPC(설계·조달·시공) 업체와 일괄도급계약으로 체결한 주기기, 설치공사, 기타 부대비용 등이 포함된 총 계약금액이다.
친환경 보일러는 펄프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료인 흑액을 전기와 스팀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핵심 설비다. 무림P&P는 친환경 보일러 사용으로 수전량(전력량)과 스팀생산용 액화천연가스(LNG) 사용량을 줄여 제조원가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절감되는 에너지비용은 연간 318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용하고 남은 에너지를 다른 기업에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무림P&P는 백상지·아트지 등 인쇄용지를 생산하는 무림페이퍼의 자회사(지분율 66.97%)로 인쇄용지 원재료인 표백화학펄프 제조를 담당하고 있으며 자체 제지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비중은 펄프부문이 25.8%, 제지부문이 74.2%다.
무림P&P는 친환경 보일러 시설 건립에 필요한 투자금액 2763억원을 내부유보자금, 영업창출금액, 외부차입으로 마련할 계획을 밝혔다. 투자기간 2년 4개월에 걸쳐 분할지급할 예정이다.
먼저 무림P&P의 현금창출력은 양호한 편이다. 별도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최근 5년(2018~2022년)간 연평균 92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361억원, 2021년 654억원으로 다소 부진했지만 지난해 1176억원으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무림페이퍼나 무림SP 등 계열사를 포함한 고객사와 표백화학펄프에 대한 연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최저계약물량을 정하는 방식으로 현금창출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증가하면서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됐다. 펄프 판매단가 상승으로 매출이 확대됐지만 펄프 원재료인 칩(chip) 수입단가도 함께 상승한 것이 운전자본 부담으로 반영됐다. 이는 영업활동현금흐름(NCF) 감소의 결과로 나타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18년부터 5년째 감소했으며 2020년 565억원, 2021년 394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205억원이었다.
여기에 2019년부터 연간 300억원 이상의 자본적지출(CAPEX)을 반영한 잉여현금흐름(FCF)는 2021년 마이너스(-) 98억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지난해에는 -246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현금성자산 1277억으로 확대…시설자금 목적 장기차입금 조달 준비
영업활동현금흐름만 고려하면 현금성자산 적립에는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2021년말 936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을 지난해말 1277억원으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말 현금성자산은 매년말 기준으로 보면 2010년 이래로 최대치로 커진 것이다.
차입금을 늘린 것이 현금성자산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말 리스부채(45억원)를 포함한 총차입금은 4583억원이다. 2021년말 4042억원보다 542억원 확대됐다. 차입금 세부항목별로는 단기차입금이 지난해말 1927억원으로 1년 새 1032억원 확대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펄프 원재료인 칩 수입단가 상승으로 단기차입금 유형의 유산스 조달이 늘었다는 것이 무림P&P 측 설명이다. 지난해말 유산스는 1271억원으로 1년 새 536억원 늘었다. 이외에 무역금융(300억원)이나 운영자금(150억원)도 신규조달했다.
단기차입금을 제외한 다른 차입금 유형의 경우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회사채 미상환잔액은 지난해말 441억원으로 1년 새 409억원 오히려 줄었다. 무림P&P는 사모채 발행으로 일부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데 2019년 발행분(350억원)과 2020년 일부 발행분(300억원) 합산 650억원이 상환된 반면 지난해 신규발행분은 241억원에 그쳤다. 장기차입금(유동성·비유동성 포함)도 지난해말 2613억원으로 1년 새 484억원 감소했다.
총차입금 확대 등 영향으로 부채총계는 2021년말 5659억원에서 지난해말 6604억원으로 늘었다. 자본총계도 같은 기간 5900억원에서 6077억원으로 늘었지만 부채총계 증가폭이 더 컸다. 이 때문에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이 95.9%에서 108.7%로 상승하면서 100%를 넘겼지만 여전히 과도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림P&P가 친환경 보일러 시설 건립에 책정한 투자금액은 2763억원이다. 현재 보유한 현금성자산 1277억원이다. 무림P&P는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1000억원 안팎의 EBITDA를 예상하고 있는데 현재 진행 중인 운전자본 부담 완화를 고려하면 지난해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무림P&P 측에 따르면 은행권으로부터 시설자금 목적의 장기차입금 조달을 조만간 마무리할 예정이다. 정책자금 성격으로 비교적 낮은 금리에 조달을 자신하고 있다. 유산스 단계적 상환에 따른 단기차입금 감소 등을 고려하면 부채비율 통제도 무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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